[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독일 국채가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물경제와 금융지표는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어 주목된다.
그리스 추가 채무조정과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독일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실물경제 부문에서 이 같은 조짐이 현실화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금융업계에 따르면 독일 국채시장에서 인플레이션 헤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기대 인플레이션의 바로미터로 활용되는 2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 명목 국채 수익률과 물가연동채권의 수익률 격차)이 마이너스 0.45%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는 1년 전 1.04%에서 가파르게 하락한 수치다.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5월 말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진 후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주변국의 부채위기가 중심국까지 전염되는 신호인 동시에 독일 경제 역시 급격한 하강 위기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해석했다.
오베스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휴메이언 샤이어 최고경영자는 “독일 역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유로존 주변국의 부채위기에 따른 부담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가 극심한 저성장을 보이고 있어 독일이 이를 뚫기에는 경제 기초체력이 달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독일이 유로존 구제금융의 최대 지원국이라는 점에서 위기가 깊어지는 만큼 리스크도 높아진다는 것이 투자가의 주장이다.
이미 실물경제 타격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멘스와 푸마 등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수익성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부채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독일 씽크탱크인 이포(Ifo) 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재계신뢰지수는 지난달 103.3을 기록,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존 GDP의 27%를 차지하는 독일 GDP 성장률은 4분기 연속 하락했고, 지난 1분기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분기 4.7%에서 급격하게 떨어진 수치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독일의 'AAA' 등급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독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투자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존 레이스 채권 전략가는 “독일은 국채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통하지만 펀더멘털에 대한 논란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며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예측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