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화된 묘책 아니고서는 진화 어려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모든 해결책을 동원할 것이라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이 금융시장의 공포를 진정시켰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과 스페인 구제금융 등 사안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올해 유로존 경제가 0.6% 마이너스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등 경제 펀더멘털의 하강 기류가 뚜렷하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회담을 갖는 등 정책자들이 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묘책이 아니고서는 진화가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국가의 재정적,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봉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구조적 개혁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 시점과 자금조달이 필요한 시점의 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먼델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의 국가 부채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기존의 해법으로는 유로존 부채위기를 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먼델은 “스페인은 은행 부실 뿐 아니라 국가 부채에 대한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채위기를 외부 도움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먼델은 유로본드를 발행하되 전략을 달리 할 것을 주문했다. 이른바 중심국만을 주축으로 한 일종의 공동 본드를 발행한 뒤 주변국을 흡수해가는 수순을 밟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독일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중심국과 주변국 국채 수익률이 갈수록 커다란 격차를 벌이는 만큼 2단계에 걸친 전략을 취해 주변국의 재정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ECB가 내세울 카드는 스페인을 포함한 주변국 국채 직접 매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독일 분데스방크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민간 자본시장의 투자가들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며 “ECB가 염두에 두는 유동성이 유로존 위기 국가를 살려내는 데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유로화는 ECB의 해결책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번지면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