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인하, DTI완화 등 현안 발언 '줄타기'
[뉴스핌=노종빈 기자] "(정부가) 젊은이들이 월 80만원 씩 내면 20~30년 뒤에는 집 한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최근 권혁세(사진) 금융감독원장이 내놓은 이른 바 '희망 메시지'가 관심이다.
권 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들과의 중복맞이 '삼계탕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젊은 층을 겨냥해 자신만의 희망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정부가 미래에도 주택 수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매월 70만~80만원 내면 20~30년 후에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줘야 주택 수요가 생길 것"이라며 "20~30년 짜리 모기지론(부동산담보대출)이 그런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권 원장의 발언은 젊은 층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오히려 암담한 현실을 더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여의도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한 남성은 "한달에 70만~80만원을 20~30년 동안 부어서 강남에 집 한채 사겠다는 얘기냐"며 "왜 그렇게 사냐, 그게 절망의 메시지이지 정부가 내놓는 제대로 된 희망 메시지냐"고 반문했다.
4~5년차 직장인인 그는 "최근 들어 정부 각부처 수장들이 과연 제대로 된 현실인식을 하고 있는지 답답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 20대 젊은이는 이같은 희망 메시지에 대해 느낌을 묻자 "암담하죠"라고 대답했다.
그는 "한달 일을 해서 방세내고 통신료 교통비 이것 저것 내고 나면 과연 얼마 버는지 나도 궁금하다"면서 "남는 돈이 별로 없어서 세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매달 그 정도 돈이 있다면 강남에 아파트를 사기보다 해외 여행을 하거나 피부관리를 받는 등 나 자신에게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의 이날 발언은 물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그의 다소 직관적인 발언이 잇따르면서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구경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때로는 경제 금융 정책 전반을 아우르면서 자신이 금감원장인지 금융위원장인지 헷갈리게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6월 유로존 위기 논란을 비롯, 가계부채 대책 및 프리워크아웃 제도, 금리인하 취지, 그리고 최근의 총부채상환비율(DTI) 논란까지 굵직굵직한 경제 현안과 관련 자신만의 거침없는 발언들을 내놓아 시중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또한 어떤 결과가 나오면 대세에 발빠르게 편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7월 초 권 원장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직후 경제 수장들 가운데 유일하게 금리인하가 가계부채 문제를 질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환영 취지를 밝혔다.
기존만 해도 당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대체로 심각하기 때문에 전반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왔기에 금융시장 투자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는 지적이다.
이 쯤 되면 금융경제 정책 전반을 책임져야 할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물론 이날 권 원장의 발언은 정부의 주택 수요 활성화 방안에 대한 지적이나 모기지론이라는 금융상품을 설명하려는 의도였다고는 풀이된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해도 금감원장의 발언으로는 쉽게 걸러듣기 힘든 메시지였다는 지적이다.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을 뿌리뽑겠다면서 서민금융 대책을 내놓아 연일 승승장구했던 그였기에 이번 발언은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또한 전국 대학을 돌며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금융 콘서트'를 벌여 온 권 원장의 이같은 '희망 메시지'에 과연 젊은 층이 얼마나 공감할 지 의문이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이 한 달에 얼마를 저축하는 지, 또 하고 싶어 하는지 금감원장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
그가 던지는 희망 메시지에 공감할 만한 젊은 층은 물론 중산층 조차도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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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