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를 유로존에 잔존시키기 위해서는 300억유로(368억5000만달러)의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기 침체가 갈수록 깊어지는 데다 향후 2~3년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최소한 300억유로의 재정 공백이 발생한 상태라는 진단이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정책자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방지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와 유로존 회원국 등 정부 부문의 채권자들이 최소 300억유로의 ‘헤어컷’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자금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진단은 이른바 트로이카(EC, ECB, IMF)가 그리스 정부와 함께 채무 실사를 벌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그리스와 EU 정책자들은 민간 채권단을 대상으로 53.5%의 채무 탕감을 실시했지만 정부 부문의 채권액은 손실 부담에서 제외한 데 따라 당초 기대만큼 재정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초기 실사에서 나온 결론이다.
트로이카의 한 관계자는 “민간 부문의 헤어컷이 그리스의 재정 상황을 개선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2020년까지 그리스의 명목 부채 규모가 3월 계획했던 것보다 300억유로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제 부채 규모는 300억유로 이상 격차를 낼 수도 있다”며 “때문에 그리스를 유로존에 잔존시키기 위해서는 이 금액만큼 신규 지원을 단행하거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IMF는 2020년 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 규모가 147.5%에 이를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IMF가 이미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백하게 밝힌 데다 유로존 회원국 정부 역시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에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까지 유로존 체제 유지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그리스의 구제 과정이 극심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그리스에 대한 채무탕감을 위해서는 앞서 ECB의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를 포기하는 방안 역시 유로존 정책자들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리스에 대한 채무조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시장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국채 수익률이 한계수위까지 치솟으며 구제금융 요청설이 번진 스페인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유로존 금융시스템을 패닉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