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단 강경대응…'조사권 강화' 기회로
[뉴스핌=최영수 기자] 1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LG전자의 조사방해 행위를 제재한 것과 관련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의 어설픈 조사방해로 인해 공정위의 '조사권 강화'에 힘만 실어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호시탐탐 조사권 강화를 노려온 공정위의 '덫'에 걸린 셈이다.
특히 지난 3월 삼성전자의 조직적인 조사방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 8일 SK C&C의 잇따른 조사방해로 여론이 매우 악화된 상황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LG전자 어설픈 조사방해 '자충수'
공정위는 LG전자 소속 한국마케팅본부 임직원 3명의 조사방해에 대해 총 8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17일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신고건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할 당시 관련 자료가 들어있는 외장디스크(8개)를 은닉하고 파일을 삭제하는 등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앞서 벌어진 삼성전자나 SK C&C처럼 조직적인 조사방해가 아니고 갑작스런 조사에 당황해 우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원들도 심판 과정에서 이같은 점을 충분히 감안해 과태료 금액을 당초 2억원(법인 1억원, 직원 1억원)에서 절반이상 감액해 줬다.
특히 이번 사건이 중요한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아니라 단순한 신고사건에 대한 현장조사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LG전자측이 굳이 조사를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LG전자측도 반성의 뜻을 비추면서도 임직원들이 어설픈 대응에 사뭇 아쉬워하고 있다. LG전자 대외협력담당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굳이 조사를 방해할 만한 이유가 없는 단순한 신고 사건이었다"면서 "공정위 조사에 적극 응해서 충분히 소명하면 오해가 풀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발적인 실수라고 하지만 초기에 조사를 방해한 점은 깊게 반성한다"면서 "앞으로 이같은 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 공정위 '조사권 강화' 카드 활용
하지만 '조사권 강화'를 꾀하고 있는 공정위 입장에서는 LG전자의 '어설픈' 대응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분석이다.
삼성과 SK 등 대기업의 조직적인 조사방해로 인해 '독'이 오를대로 오른 공정위 입장에서는 기업의 조사방해에 대해 적극 대응할 만한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19대 국회 출범과 함께 대선 정국을 맞아 기업의 조사방해를 적극 이슈화함으로써 공정위의 '조사권 강화'를 적극 꾀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조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처벌함으로써 방해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사권 강화의 명분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뿐"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태도에 대해 '조사권 강화'보다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하면서 조사권 강화를 꾀하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의 잇따른 조사방해에 대해 공정위가 보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어서 공정위가 제재 수위를 얼마나 높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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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