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존립 이유인 물가에 대한 스탠스 ‘오락가락’
- 5월 GDP갭률 확대 전망…두 달 만에 마이너스 전환?
[뉴스핌=김민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한 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준금리 인하 결정 자체보다는 인하 결정 배경에 대한 설명과 시장•국민과의 의사소통 방식,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경기 판단이 비난의 대상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7월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2월 2.00%까지 인하됐고,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다섯 차례 인상된 후 3.25%에서 유지되다 다시 전격 인하됐다.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발표된 직후부터 시장은 한은의 결정을 비판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기준금리 인하 정책 자체의 문제는 그렇다 쳐도 인하를 단행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
우선,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있을 때마다 김 총재가 강조했던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은 7월 금통위에선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지난 5월과 6월 모두 같은 3.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의아하다.
김중수 총재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그 요소를 정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에 이것의 영향이라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로 말을 바꿨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설명인 것이다.
또 지난달까지 금리를 동결하면서 “정부의 복지정책을 빼면 여전히 물가가 3%대라 안심할 수 없다”던 김 총재의 설명은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공공요금의 인상압력 등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자재가격 하락, 수요압력의 완화, 정부의 복지정책 효과 등으로 당분간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 아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로 변했다.
GDP갭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성장을 촉진시키고자 했다는 설명도 한은의 조사•전망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GDP갭률은 완만하게나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금리정상화 기조를 앞으로 상당기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DP갭률이, 특히 그것의 방향성이 두 달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얘긴가. 아니면 이 위원이 모르고 한 소린가.
한은이 13일 발표한 ‘201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5월 중순 이후 유로존의 상황이 한 층 더 악화돼 2분기 GDP갭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럼 6개월 앞을 내다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리 결정을 한다는 금통위는 5월 중순 당시 현재의 상황도 보지 못한 것인가.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GDP갭이 마이너스로 반전했다면 미리 몰랐을까 의구심이 든다”며 “GDP갭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것도 아닌데 논리가 맞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총재의 설명이 부실하고 논리적 개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결국 시장은 한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간다. 한은이 어떤 이유에서 금리를 올리는지, 내리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러다보니 여러 지표를 보고 향후 금리의 방향을 가늠하기도 힘들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이렇게까지 신뢰를 잃은 것은 오랫동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이런 불신이 생긴 자체에 대해 한은은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정책이 아무리 옳다해도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 및 시장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집 밖에서는 달변가에 능력자라도 집안에서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늘상 오해를 만드는 남편은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 못된다. 한은이 최근 밖에서 잘 하고 있는 만큼 안에서도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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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