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 "물의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저축은행 영업정지 무마' 청탁대가로 3억9000만원을 받아 구속기소된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과 서울고등법원 성기문 부장판사가 항소심 재판에서 나눈 말들이다.
특정 혐의사실에 대해 피의자는 '물의'라 사죄했지만 담당 부장판사는 '범죄'라고 질타했다. 담당판사의 단호한 판단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경제 민주화', 올 12월 대통령 선거까지는 물론 새 정권 탄생이후에도 상당기간 재계와 정치권을 관통할 최대 화두다.
대선 본격 경쟁가도에서 정치 지도자를 자처하는 잠룡들 모두는 '경제 민주화'를 입에 담는다.
'경제 민주화'전략이 없는 잠룡들은 자격자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한편으로는 곳곳에서 이 화두가 넘쳐나다보니 우리 경제시스템이 상당히 비 민주적인 것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사실여부는 둘째치고.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0일 대권 출정식에서 이 화두를 꺼내들었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출사표를 던진 김두관 전 경남지사, 문재인 상임고문, 손학규 상임고문등도 '경제 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앞세웠다.
제 3지대에서 머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누구못지 않게 '경제 민주화' 의제를 가슴에 담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 양극화의 수렁에서 '먹고 사는 것'을 계층적으로 보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정치권은 여야구분없이 '경제 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시대 키워드로 복지와 분배, 상생과 공조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경제 민주화'주창에 발목을 잡는 이들은 극단적 재벌 옹호론자 일부를 빼고는 없을 게다.
하지만 이처럼 떠들썩한 '경제 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상당수 유권자들이 헛갈리고 있다면 문제는 다르다.
포장은 '경제 민주화'인데 정치인들 각각의 내용물은 편차가 심하다. 급기야 재벌 해체를 경제 민주화 범주에 넣는 진영도 있고, 재벌 해체는 국가 경쟁력을 훼손한다며 절대 반대를 소리지르는 진영도 경제민주화를 입에 단다.
저축은행 담당판사가 피의자 혐의에 대해 '단칼'을 내리친 것 처럼, 어떤게 '경제 민주화'인지를 똑부러지게 규정했으면 하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간단치 않은게 사실은 더 당연하다.
2012년 대선 핵심의제인 '경제 민주화'를 여야 후보 모두가 침이 마르게 주창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라는 화두가 일반인들 피부에 아직도 깊게 와닿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치권이 추진하겠다는 '경제 민주화'의 민낯은 무엇인가.
유권자 특히 재계측 관계자들은 여야 및 제3섹터의 잠룡들이 " 우리는 이런 걸 '경제 민주화'라고 일컬고 이를 위해 집권후 정치권력을 이렇게 행사하겠다"는 걸 명백하게 들춰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경제적 실속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을 위해서.
아무튼 대선 5개월여를 앞두고 그래도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민통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재벌경제력 집중 완화, 공공경쟁 환경 조성, 조세정의 실현등이 담긴 각각의 법률 개정안을 당 차원에서 발의했다"며 "경제 민주화에 당의 명운을 걸겠다"고 힘줘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대선 출사표를 통해 경제민주화 실현을 핵심과제로 던졌다.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일은 시대적 과제이다"며 기업들의 신규 순환출자 규제검토등을 언급했다. 기업범죄의 사면권 최대 억제도 양측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재벌개혁에 대한 구체적 정의 및 장치, 그리고 앞서 재벌개혁의 합목적성여부도 차제에 확연하게 공표됐으면 한다.
경제 민주화,재벌 개혁 공약이 선거 인기 영합주의인 포퓰리즘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정치는 그런 것이라는 걸 많이 우리는 봐왔다.
오히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단 하나의 색깔로 경제분야 공약을 표창해주길 요청하고 싶다. 기업 경영자나 종사자들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실체를 확인하고 투표장에 가고 싶기 때문이다.
하늘아래 단하나뿐인 혐의 사실이 '물의'와 '범죄'로 어설프게 버무려져서는 안된다. '물의'가 되든 '범죄'가 되든 명명백백해야 한다.
여야가 목소리를 키우는 '경제민주화'공약도 마찬가지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은 '물의'를 넘어 '범죄'이다. 차기 행정수반을 선택하는 국민에 대한 범죄이다.
작금의 '경제 민주화' 공방을 둘러싸고 재계도 할 말은 많을 게다. 정치-경제 공학상 일종의 정변기 격류속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재계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치인들은 '경제 민주화' 공약의 진정성과 시장 효율성, 실천의지를 더욱 밝혀야겠다. '반값 등록금'도 한때는 공약이었다.
일반 서민도, 재벌 총수도 '공약'을 확인할 권리는 같이 있다. / 산업부장 명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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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명재곤 기자 (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