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탈리아의 가계 및 기업 부실 여신이 급증, 은행권 자산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은행권은 자본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부채위기의 확산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기업 및 가계 부실 여신이 1090억유로(1380억달러)로 집계, 전년 동기에 비해 1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실 여신 상각을 제외한 장부가치 평가절하 규모가 500억유로에서 580억유로로 늘어났다.
모간 스탠리의 프란체스카 톤디 애널리스트는 “질적 측면의 자산가치의 저하와 무수익 여신 증가가 갈수록 이탈리아 은행권의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자본부족분이 커다란 문제”라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부진과 신용 경색 조짐 등 주변 환경을 감안할 때 은행권 부실 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이탈리아 경제는 1.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는 부실 여신과 디폴트 발생 리스크를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모간 스탠리는 이탈리아 은행권이 무수익 여신을 해소하기 위해 420억유로의 자금이 추가 확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라 홀딩스를 포함한 투자은행(IB)은 향후 3년간 이탈리아 은행권 이익 전망치를 평균 10% 하향 조정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이탈리아 13개 은행의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17% 낮춰 잡았다.
여기에 국가 부채도 고스란히 은행권 부담으로 이전되는 양상이다. 이탈리아의 부채는 2조유로에 이르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 매입이 꺾이자 은행권이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리아 국채 보유 규모가 45% 급감했고, 50%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이탈리아 은행권의 국채 매입 규모는 올 들어 850억유로 늘어난 2950억유로를 기록했다.
레이몬드 제임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루이 데 펠스 머니매니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모두 은행권 문제가 심각하다”며 “무수익 여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