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對기대물가 ‘팽팽’
[뉴스핌=김민정 기자] 4명의 신임 위원들이 첫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가 현 3.25%로 동결될 전망이다. 실물 경기의 개선 흐름이 주춤한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높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3월 경기지표가 부진하면서, 올해 1분기가 경기의 저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3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3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기계장비 등의 부진으로 전월 대비 3.1%, 서비스업도 금융, 보험, 운수 등의 부진으로 1.0% 감소했다. 3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각각 2.7%, 7.2% 줄었다. 4월 수출도 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8일 기획재정부도 ‘최근의 경제동향 2012년 5월(그린북)’ 자료를 통해 “최근 우려 경제 실물지표의 개선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지난 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발표된 여러 지표를 보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느낌이다"며 "2~3월 초순 정도까지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나 했으나 3월 중순 이후 힘이 부치는 듯한 느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지만, 기준금리를 내리기에는 물가 부담이 가로막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2%를 기록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4월에 3.8%를 기록해 소비자물가 2.5%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 금통위가 수차례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음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로 스탠스를 변경시키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경기와 물가, 모두에 대해 긴장감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김 총재는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례총회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경기지표는 지금 혼합된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가 터닝포인트였는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지 않으면 물가 안정은 어렵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은 더욱 부담"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도 5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문 응답자의 100%가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 및 유로존 정치적 위험과 더불어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때문에 인하 재료가 상쇄되며 기준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의 변화보다는 새로운 금통위원들의 성향 파악이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는 문우식,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위원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알려진 대로 ‘비둘기파’인지 확인하는 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금리 결정의 만장일치 여부와 6주 후에 공개되는 의사록에도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동결과 경기와 물가의 균형을 맞추는 멘트가 예상된다”며 “이 경우 금리인하 기대감이 지난 1, 2월 금통위에서처럼 실망도 할 수 있겠으나 해석하기에 따라 유지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원 성향 파악이 이슈이지만 출신 배경과 성향이 달라진 적도 있어서 한두 번의 금통위와 이후 의사록 발표를 거쳐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분명한 것은 총선에 이어 대선을 앞두고 금통위는 본의든 아니든 정부 거시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금통위도 중요하지만 재정부의 물가에 대한 평가가 의미가 있을 것인데 재정부 장관은 아직까지는 물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를 감안하면 현재 금리인하 기대를 갖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며, 이번에는 지난 연초와 같이 금리인하 기대가 빠르게 소멸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준금리에 나서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할 때도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기준금리–물가상승률)는 높은 편이어서 금리인하 여력은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5월 금통위는 5명의 신임 금통위원들이 참석하는 첫 회의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스탠스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나, 최근 들어 경기의 하방 위험이 물가의 상방 위험을 압도하고 있어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5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3.25%로 전월대비 0.25%포인트 인상된 후, 지난달까지 10개월 동안 동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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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