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삼성전자와 자동차주 빼면 모두 개별종목입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이 요즘 주식 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털어놓은 넋두리다.
그가 속한 회사의 한 펀드는 지난달 중순 LG화학을 펀드에 5% 가량 편입했다. 주가가 고점 대비 25% 가량 하락했고, 박스권 하단에 이르러 상당부분 조정을 받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었지만 이 또한 주가에 반영됐다고 여겼다.
판단이 잘못됐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20일 하룻새 9.21% 급락했다. 하룻새 시가총액 2조원 가량이 날아간 셈이다. 그 후로도 주가는 며칠더 흘러내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30만원 선이 붕괴됐다.
결국 해당 펀드매니저는 손절매(로스컷) 규정 때문에 이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만했다. 매수한지 보름만이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이 매니저가 처분한 가격이 결과적으로 저점이 됐다는 것. 이달들어 LG화학은 연이틀 총 5% 가량 상승, 30만원대를 회복했다.
이 주식운용본부장은 "때로는 시장이 주식을 달라고 합니다. 이럴 때는 줘야만 합니다"라며 달관한 듯 얘기를 이어갔다.
사실 이 운용사의 전체적인 수익률은 나쁜 편이 아니다. 요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자동차주 비중을 높여 시장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고백이다.
무엇보다도 소위 '전차(전기전자, 자동차)군단' 또는 '삼차(삼성전자, 자동차)' 불리는 쏠림 현상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 회사들은 1분기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또한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치도 장밋빛이다. 그 결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
문제는 이들 이외의 종목들은 심각한 부진을 보이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코스피는 1800대라는 분석도 나왔을 정도다. 이런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되다 보니 시장 전체 거래대금 규모가 4조원대로 축소되며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도 감지되고 있다.
증시에서 쏠림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지난해에도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으로의 쏠림을 경험했다. 쏠림의 끝에는 늘 후유증이 남는다는 점도 시장 참여자들은 잘 알고있다.
"쏠림을 완화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것도 결국 우리 시장이 풀어야할 숙제"라는 주식운용본부장의 얘기가 새삼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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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