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채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부동산 버블이 뇌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스페인 정부는 구제금융 요청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반복하고 있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가 본격화될 경우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6630억유로(8760억달러) 규모의 주택 모기지 시장에 디폴트 리스크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 대형 은행이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 경우 국가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스페인 정부가 은행을 살려내지 못한 채 결국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스페인의 구제금융은 EU 정책자들이 마지막까지 회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지난 주말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정책자들은 이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스페인에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그 규모가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2년 전 아일랜드 은행권이 부동산 버블 붕괴에 좌초 위기를 맞았을 때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은 8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투입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이와 흡사한 위기가 스페인에 발생할 경우 구제금융 규모가 최소한 20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려는 점차 고조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모기지 연체와 디폴트가 연일 늘어나고, 이와 동시에 은행권 부실 여신도 점증하고 있기 때문.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은행 부실 여신은 1994년 이후 최고치에 이른 상태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는 모기지 연체가 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미 두 자릿수에 이른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관측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스페인 금융권도 부동산 활황 당시 대출 채권을 구조화 해 각종 합성증권상품으로 가공했고, 이를 보험사와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했다. 버블이 붕괴될 경우 금융권 시스템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스페인의 부동산 버블 문제는 소름이 돋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며, 날로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