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국내 최초 국가공원이 될 용산공원에 대한 설계 국제공모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부지의 특성상 당초 '민족공원'이란 대의를 갖고 진행됐던 용산공원이 역사성을 상실하며 단지 '센트럴파크'에 머물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3일 전체 면적 242만6866㎡(73.5만평)규모의 용산공원 국제 설계 공모 1등작으로 네덜란드 설계자가 주력이 된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을 선정했다. 당선작은 하반기부터 45억원의 설계비를 들여 기본설계를 추진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국제공모전에 지명초청된 8개팀의 작품에 대해 ▲부지의 역사성 ▲생태적 가치 ▲문화적 잠재력 등을 담은 개념의 작품이 나왔다고 밝혔지만 공모 결과를 놓고 '역사'가 없는 설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용산공원 국제설계공모 1등 당선작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Healing -The Future Park, West 8+이로재 컨소시엄作) |
현재 주한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용산공원 부지의 경우 과거 고려시대 몽골군이 진주한 바 있으며, 임진왜란때는 왜군의 병참기지로 사용됐다. 용산공원의 슬픈 역사는 구한말 들어 본격화된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대원군을 억류하고 조선 정부를 장악했던 위안스카이의 청군이 기지로 사용했던 이 곳은 청일전쟁 이후 주인이 바뀌어 일본군이 주둔지로 사용해왔다.
굳이 과거를 되새길 필요도 없을 정도의 '오욕의 역사'가 숨어있는 곳이 바로 용산공원 부지인 셈이다. 이에 따라 당초 서울시가 주도했던 용산공원 개발에서는 이 같은 역사적 특수성을 감안, '민족'이란 개념을 투입하는데 촛점을 맞췄다.
실제 서울시는 미군기지 반환이 다가오자 복합개발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정부와 대립하면서 용산공원의 명칭을 '용산민족공원'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등 역사적 상징성에 높은 무게감을 실었다.
하지만 정부는 2009년 12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입안하면서 '민족'이라는 말을 공원 명칭에 삭제한 바 있다. 아울러 정부가 발표한 국제설계 공모작에서도 역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는 공원 컨셉에 대해 '역사의 치유'라는 모토를 사용했지만 이는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는 차원이 아닌 과거 역사와의 단절을 의미하고 있다.
용산공원 설계작에서 유일한 '역사성'은 공원내 산재한 역사적 건축물의 보전방안에 불과하며, 그나마 일본 침략기간 동안 지어진 이들 건축물은 현재 공원 부지가 미군기지로 사용되는 만큼 실태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설계작이 구현한다는 역사성은 실현 자체가 미지수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의 오욕을 잊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치유의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지만 다른 공원도 아닌 용산공원에서 역사가 등한시 된다는 것은 공원 조성의 '대의'를 상실한 것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이 설계하고, 외국인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용산공원 속성상 이 같은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며 "용산공원은 민족공원이 아닌, 단지 대규모인 센트럴파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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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