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기획재정부도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재정부를 비롯한 정책당국은 지난 주말 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합동으로 차관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면서 무엇보다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살피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특별하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충격을 보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박스권 등락 이상 동요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지난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실패로 돌아간 데다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 움직임이 없이 김일성 전 주석 탄생 100회 생일을 맞아 김정은 체제의 선전에 치우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서방 선진국들의 비난 여론 속에서 중국까지 북한의 핵탄두 장착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난 조류에 동참함으로써 안정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신속하게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도발이 국제조약 위반이며 향후 제재의 폭을 넓히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운신폭은 그만큼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급등과 스페인 등 유럽의 불안 등이 이어지면서 주가 조정과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도 1140원대를 기웃거리고 있어 금융시장에 미묘한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향 적었다
17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도 “특별하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충격은 없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해외금융지표인 신용부도스왑(CDS) 5년물의 경우도 지난 10일 이후 125~128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외평채 5년물의 가산금리도 135~140bp 선에서 크게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주가 역시 지난 11일 총선거 이후 이날까지 나흘간 1980~2010선에서 등락을 지속하고 있고, 국내 금리 역시 벤치마크인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3.45~3.55%선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역외시장인 뉴욕 현지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짜리 선물환율도 지난 11일 1145.00/6.00원까지 올랐으나 12일에는 1137.00/80.00원으로 떨어졌고, 북한이 미사일을 쏜 날인 13일에도 1135.50/6.50원 수준에서 주춤했다. 그리고 주말을 거쳐 지난 16일에는 1139.50/1140.50으로 소폭 오른 수준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현물환율은 지난 10일 1139.50원에서 총선 이후 12일에는 1140.60원을 보였고, 북한이 미사일을 쏜 13일에는 1134.20원까지 되레 하락했다가, 전날인 16일 1138.40원에 거래를 마쳤고, 17일 현재 1140.50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역외 NDF시장에서 원/달러 선물환율이 다소 오름세를 보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리스크보다는 미국의 주식시장에 연동된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외환시장의 경우에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리스크가 일부 작용을 하는 듯했지만 막상 발사 이후 실패로 돌아가면서 북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급속히 영향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외국환은행의 한 딜러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미사일 발사가 실패하면서 급속히 안정감을 찾았다”며 “특히 대북 리스크는 이전의 학습 효과가 있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외환시장 다소 불안정, 뉴욕 주가 탓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의 경우 아직 완전하게 불안감을 완전히 떨구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국제유가 상승과 외국인 배당급 지급 등의 수요요인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주가 조정 등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와 더불어 환율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140원선 안팎으로 거래선을 높인 상태이다.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유사의 원유 결제용 달러수요와 주주총회 이후 외국인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으로 달러 환전 및 송금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 등이 일시적으로 수요쪽을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리스크가 크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렇지만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등장 등이 심리적 불안감을 잔존시키는 상태에서 국내외 주가 조정이 환율상승쪽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외환시장은 북한 리스크보다는 스페인 불안이나 미국의 경기 양상에 따른 등락으로 보인다”며 “수급 상황에서 외국인 배당금 수요 등 수요가 있지만 북한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나마 시장의 변동성에 유의하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조선중공업 업체들의 수주가 적어 공급쪽 달러매물이 적은 상황인 데다 외국인 배당금 지급 상황에서 주가가 조정되면서 단기적으로 위쪽으로 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 13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날을 제외하고 엿새중에서 닷새간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2일 3500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전날 1200억원, 그리고 이날에도 3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보이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11조 1500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4월 이후 순매수가 급감, 16일까지 733억원에 그치면서 4월 이후 배당금 송금과 더불어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 상태이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국제유가 상승 속에서 달러 수요가 있는 상태에서 외국인들의 주식 배당금 수요가 나오면서 환율이 1140원선대를 보이고 있다”며 “조선중공업사들의 매물이 적고 매도세 역시 뒤로 빠져 있고 주가도 빠지고 있어 불안심리가 가셨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주말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는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100회 생일 퍼레이드에서 군중연설을 통해 선군정치를 강조하면서 대형 탄도미사일을 공개함에 따라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더불어 UN의 제재와 북미 대화 단절 등 북한 관련 경색국면이 다시 도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도 지난 15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면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일시적이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 차관은 “일부 외신이 향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와 그에 따른 북한의 반발 등 한반도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어 유의할 대목”이라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냉철한 자세로 차분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고 시장동향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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