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85세의 원로 방송인 송해 씨가 TV CF에 나오더니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고 말하자, 8세의 아역 배우 김유빈 양이 지난 1월 끝난 TV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인기를 끌었던 충청도 사투리로 “어! 참 말이어유~”라고 맞받아친다. 지난 2일부터 전파를 탄 기업은행의 광고 송해 시리즈 2탄의 한 장면이다.
송해 씨를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광고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최근 외국계 광고회사 밀워드 브라운이 은행들의 광고효과를 조사한 결과, 최초 상기도 부문은 기업은행이 공동 1위(31.7%) 했다. 지난해 9월 조사 결과인 15.7%에서 16%포인트 증가했다. 비보조 상기도 부문에서는 66.1%로 단독 1위 했다. 피겨 스타인 김연아, 수영 선수인 박태환 등 한창 잘나가는 모델을 쓰는 대형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은 크게 고무됐다.
특히 송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예적금이 지난달 29일까지 142건에 927억원이다. “기업을 살리는 데 보태라”, “송해 씨와 고향이 같다”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이 광고의 숨은 주역은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이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는 아이디어도, 고령의 송해 씨를 모델로 발탁한 것도 그다.
모델 선정을 놓고 주변의 이견이 많았다. 이전 모델이 탤런트 차인표 등 젊은 인기 스타였고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급의 연예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은행광고가 상품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이미지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자칫 “기업은행이 늙어 보이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조 행장이 “광고회사 다니는 딸이 보더니 광고계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하더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정도다.
그러나 송해 광고는 큰 성과를 거뒀고 “꼬마에서 어른까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도 심어주고 있다.
조 행장이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데는 30년 은행을 다닌 간절함이 들어있다. 그는 기업은행에서 신입행원으로 입행(1980년)해 행장까지 오른 유일한 인물이다. 동경지점장, 종합기획부장, 경인지역본부장, 종합금융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등 은행의 거의 모든 업무를 해봤다. 그래서 직원들은 “조 행장이 워낙 많이 알기 때문에 수치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며 바짝 긴장한다. 영업 촉진 캠페인도 조 행장은 “반짝 실적 향상은 의미 없다”며 없애 버렸다. 누구보다 은행업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조 행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가 투자자들에게 “대출 금리를 내리면 중소기업들이 잘되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중소기업 고객을 가진 기업은행이 잘 되는 것”이라며 큰소리치고 왔다. 국내 증권가에서 대출금리 인하로 수익 감소를 우려한 것에 연장선에 있는 발언이다.
이같이 나올 수 있는 데는 그가 임기 중보다는 임기가 끝난 이후에 후배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행원으로 입행해 행장까지 올랐으면 잘 된 것 아니냐”면서 “기업은행이 더 잘될 수 있는 초석을 놓는 게 내 역할 아니겠느냐”는 말을 한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그가 남은 기간 무엇을 더 보여줄지 주목되는 이유다.
◇ 조준희 기업은행장
생년월일 : 1954년 7월 6일
본 적 : 경북 상주
<학 력>
1980년 2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1973년 2월 상주고등학교 졸업
<경 력>
2008년 10월 기업은행 전무이사
2008년 3월 기업은행 개인고객본부장
2007년 1월 기업은행 경영지원본부장
2006년 7월 기업은행 종합금융본부장
2005년 1월 기업은행 경인지역본부장
2004년 1월 기업은행 종합기획부장
2001년 1월 기업은행 동경지점장
1980년 7월 기업은행 입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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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