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경영으로 재기 노력 박차
[뉴스핌=이강혁 기자] 연내 '퇴계로 시대'를 마감할 처지에 놓인 대한전선그룹이 본사 이전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서울권에서 마땅한 건물을 물색하기가 어렵고 임대비용도 만만찮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룹 경영진과 채권단은 이미 '경기권 본사 이전'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그룹은 본사 이전지로 경기도 안양시 부근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서울 진입과 안산공장 접근이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전선그룹이 본사 이전에 나서는 것은 현재 사용 중인 서울 퇴계로 인송빌딩이 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사옥이던 인송빌딩은 지난 2008년 12월 자금난에 따라 D사로 950억원에 매각됐고, 이후 코람코자산신탁이 인수해 오피스텔형 복합빌딩으로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다.
대한전선은 3년 계약으로 인송빌딩을 사용해왔다.
그룹 관계자는 "아직 어디로 본사를 이전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서울권에서는 6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들어갈만한 건물을 찾기 쉽지 않고, 최대한 자금을 아껴야 해서 서울권 외곽으로 가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의 본사 이전은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임직원들은 서울권에서 본사를 유지하고 싶지만 생각대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전선은 현재 하나은행 등 채권단이 거의 모든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2월 채권단으로부터 3500억원을 긴급 수혈받으면서 자금 흐름과 관련된 현안은 채권단 손으로 넘어간 상태다.
인송빌딩을 떠나는 것은 임직원에게 큰 아쉬움이다. 1979년, 그룹 창업주의 아호인 인송(仁松)을 붙여서 사옥을 짓고 입주해 대한전선의 역사를 함께해온 본산으로서의 의미가 큰 곳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전선 대주주는 물론 전문경영인 모두가 하루 빨리 빚을 청산하려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자금난 해소에 기대가 컸던 계열사 매각도 대외적인 경기흐름과 맞물려 잘 풀리지 않는 모양새"라고 안타까워 했다.
실제 그룹 재무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남부터미널 부동산 등 일련의 매각작업은 본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상가상, 신용등급까지 곤두박질친 상태여서 채권단의 자금수혈이 아니라면 연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상환도 어려운 상황이다.
계열사의 한 직원은 "4년 넘도록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임직원들이 많이 지쳐있는 게 사실"이면서도 "본사 이전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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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