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가 1만 3000선을 정복하고 나스닥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모습이지만, 이미 체력이 바닥났거나 원래부터 기초는 '깡통'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 메릴린치 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로 대표적인 약세론자의 명성을 날렸던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15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증시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은 랠리를 지속할 체력이 비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글루스킨셰프의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전략가로 일하고 있는 로젠버그는 거시지표, 특히 미국의 고용지표는 경기 개선을 시사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상황이 제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고용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는 물론 포르투갈과 여타 유로존 주변국이 '크레딧 이벤트;에서 멀어진 것이나 중국 경기가 크게 하강하지 않은 것도 좋은 소식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현실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저리대출(LTRO)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정책으로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 상태"라는 것도 환기했다.
로젠버그 수석은 당장 금융시장이나 거시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어쨌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수익을 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가혹한 금융시장 속에서라면, 사실 2012년은 지난 2010년이나 2011년과 같은 변동성 충격이 아니라면 거래량이 낮은 가운데 지속적인 랠리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S&P500 지수의 적정 수준이 계속 상승하는 두 가지 계기가 주어졌다.
먼저 2009년 바닥을 찍은 기업 실적이 짧은 기간 사이 두 배로 신장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회계기준 변경과 채무비용 축소, 달러 약세와 조세혜택 등이 이런 개선에 기여하기는 했지만 주식시장에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 다움 회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자동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상승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로젠버그가 판단하는 S&P500 지수의 적정 수준은 2010년에는 900~1100 정도였다가 2011년에 1100~1300 수준으로 그리고 올해는 1200~1400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이미 현재 주가지수가 적정가치 판단 범위의 상단 저항선에 직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로젠버그는 S&P 업종을 비교분석한 결과 연초에 시장의 상승을 주도했던 첨단기술, 헬스케어 그리고 금융이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성장업종과 비교될 때 양호한 첨단기술 및 금융의 PER는 원자재, 에너지, 통신 및 헬스케어 등과 가장 크게 대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실체나 확신이 적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도 거래량이 수반되지 않고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부재하며 개인투자자들 역시 거의 가담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실제로 리퍼(Lipper)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들어 현재까지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는 54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10개월째 투자자금이 순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내부자들은 보유한 자기회사 지분을 대량을 매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2월에는 그 규모가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매수 매도 비율을 보면 무려 13대 1의 천문한적인 격차가 나타났다.
나아가 채권시장의 가격 변화가 견조한 것은 자산배분 움직임도 조용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기업 공모시장이 지난해 10월부터 2월까지 활황세를 보이다가 갑자기 부진한 상황이라는 것과 기업 인수합병(M&A)이 2008년 수준까지 줄어든 것도 모두 시장의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렇게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일치하지 않는 신호들은 더 많다.
최근 금융시장의 상승세는 유럽금융시스템에 1조 유로 이상이 투입된 효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가 유발한 금융시장의 낙관론과는 상이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 거시지표가 좋게 나온 것은 북미지역의 50년 만에 가장 온화했던 겨울 날씨의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로젠버그는 소개했다. 온화한 날씨는 주택판매와 소매판매, 제조업생산 그리고 교통 및 운송 나아가 소비자신뢰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는 따라서 "지금 주식시장의 랠리는 미국 경기가 급격하게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 이나며, 급등하는 주가와 지친 소비자 및 경제성장 기대의 둔화는 점차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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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