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연 10%가 넘는 고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물가도 높은 수준이어서 소비도 위축되는 등 가계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월 예금은행 가계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중 연 10% 이상의 고금리 대출 비중이 4.6%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6%보다 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때 4.6%와 같아졌다.
2008년 10월 당시에는 연 10% 이상~12% 미만 가계대출이 1.9%, 12% 이상이 2.7%를 차지한데 반해 올 1월에는 12% 이상 가계대출이 3.2%, 10% 이상~12% 미만이 1.4%로 고금리 비중이 더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이류로 신용대출 금리를 계속 올리는 바람에 서민들의 이자 고통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고물가까지 서민 가계를 괴롭히고 있어 민간소비 회복도 가로막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비부진 진단과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를 갚기 위한 이자비용으로 인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 사이의 민간소비가 4조8000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 가구당 가계부채는 3283만원으로 전년대비 14.2% 늘었다. 지난해 3차례의 금리인상도 소비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109.6%)과 원리금 상환액 비율(18.3%)도 전년보다 각각 6.2%포인트, 2.2%포인트 늘었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 전에는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자동 연장되는 대출금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만기가 돌아오면 일부라도 원리금 상환을 해야 하는 대출금의 비중이 높아져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의 고공행진도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축수산물 가격과 집세는 전년보다 각각 9.2%, 4.0% 올랐다. 앞으로 물가에 대한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7월 이후 8개월 연속 4%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원은 “외부충격으로 올랐던 물가가 쉽사리 내려오지 않으면서 소비를 늘리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고 기존 부채의 축소조정을 유도해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 소비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제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서비스업 노동자의 소득 증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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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