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한명숙 대표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 분석
[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28일 핵안보를 주제로 양당의 대북정책 기조를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여야 여성 대표의 이날 발언은 4월 총선 이후 19대국회에서 여야의 대북정책 전개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박 위원장과 한 대표는 이날 다음달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국제정치학회와 유엔한국협회가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 대결을 펼쳤다. 국제학술회의는 28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박 위원장과 한 대표의 기조연설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포용정책이란 공통점에서 시작해 변화의 주체를 둘러싼 차이점으로 끝을 맺었다. 즉 박 위원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 스스로의 변화에 방점을 찍은 반면, 한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며 우리가 먼저 남북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 박근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남북관계 변화 이끌 것”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 한국 및 주변국과 신뢰를 쌓도록 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며 세 가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첫째 남북 간 및 국제사회와의 약속 준수다. 박 위원장은 조정을 전제로 하면서도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및 10·4 선언을 꿰뚫는 기본 정신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남북한이 ‘상호존중과 인정’의 정신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강조했다.
둘째 정치적 상황에 종속되지 않는 인도적·호혜적 교류사업의 지속이다. 그는 “식량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투명한 지원이 정치적 변수에 영향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산가족 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셋째 신뢰 진전을 기반으로 한 대북사업의 확대다. 박 위원장은 “이는 양자 간에도 가능하며, 미·일·중·러 등 주변국 및 국제기구와의 공동협력사업 형태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업지구와 같은 협력사례를 확산할 수도 있다”며 “북한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은 북한주민들의 삶의 개선과 직결되어 있다”고 역설했다.
박 위원장의 결론은 끝부분에 나온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지난 20년 동안 핵개발에 집착함으로써 너무나 많은 이익과 기회를 잃어왔다”며 “북한의 올바른 선택과 우리의 협력이 함께 할 때 남북한이 공동발전하고, 한반도가 동북아를 넘어서 세계평화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의 발언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조정이란 전제를 깔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폐기시킨 6·15 및 10·4 선언의 부활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현 정부보다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대북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 한명숙 “북핵문제 해결은 남북관계 개선부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
한 대표는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의 핵안보정상회의는 ‘폐기해야 할 핵무기’와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핵물질’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예로 들어 “‘핵테러’가 현존하는 긴급한 위협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다른 위험은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핵무기와 선진 핵공업국들이 만들고 수출하고 있는 핵발전소로부터 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정책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9·19공동성명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2005년 합의된 9·19공동성명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확인하고,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북 관계의 끈을 놓아버린 이명박 정부는 북핵 해결과 6자회담 재개에 있어 방관자로 전락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기만 하는 정책은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남북관계라는 지렛대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창조적 촉진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2005년 6·17면담을 예로 들었다. 한 대표는 “당시 통일부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 9·19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남북관계라는 틀이 활발하게 가동됨으로써 북미 협상을 촉진시켰고, 6개국 간의 합의까지 이끌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화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부터 시작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시작"이라며 이를 위해 “새로 등장한 북한의 지도자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 대표는 “민주통합당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5·24조치’의 철회를 주도할 것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 금강산관광과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체적으로 뉘앙스의 차이는 있으나 여야 모두 현재의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진일보한 대북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4·11 총선을 계기로 형성되고 있는 ‘새 시대의 새로운 시작’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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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