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어발식 확장 규제" 지적에 재계 "장기관점 경영은 긍정" 반발
여야 정치권이 4·11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재벌개혁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기업의 경제규모가 국내 전체 경제의 50%를 넘을 정도로 재벌의 경제 집중화 현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그룹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순환출자를 통한 몸집불리기,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 침범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일각에선 '대기업 때리기'라는 비판도 제기하지만, 양대 선거가 있는 올 한해 동안 재벌개혁 이슈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핌은 재벌개혁을 위해 현재 여야가 제시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어떤 실효성을 기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지나 기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경제력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순환출자는 재벌기업의 지배구조와 직결돼 있다.
순환출자를 통해 재벌 총수가 평균 4~5%의 적은 지분만으로 자산이 수십조~수백조에 이르는 수십 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한다. 이 같은 순환출자는 지배주주가 실질적 자본투여를 하지 않고도 '가공자본'을 간접적으로 형성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후진적 재벌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야 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 재벌 순환출자 현황은
순환출자는 총수일가가 A회사 지분을 확보, 지배주주가 되면 이 회사가 B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B회사는 C회사 지분을, C회사는 다시 A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총수일가는 1~6%의 적은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가 바로 순환출자다. 여기에다 각 계열사가 자회사에 출자하게 되면 총수일가는 계열사 전체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개혁 정책을 실시, 상당수 재벌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아직도 20대 재벌그룹 가운데 절반가량이 순환출자 구조로 엮여 있는 상태다.
순환출자로 총수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그룹으로는 삼성, 현대차,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현대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특히 출자 비중이 높은 재벌그룹은 현대차 그룹이다.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33.8%)⟶현대모비스(16.9%)⟶현대차(20.8%)’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로 돼 있다.
정몽구 그룹 회장 일가는 현대차 지분 5.17%만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지분 20.8%와 함께 모두 25.9% 지분으로 현대차 경영권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순환출자 구조가 다소 약해졌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19.3%)⟶삼성전자(7.5%)⟶삼성카드(35.3%)⟶삼성에버랜드(8.6%)’로 구성돼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94.9%)⟶현대미포조선(46.0%)⟶현대중공업(7.9%)’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다.
◆“문어발 규제” 지적에 재계 “장기관점 경영 차원 필요”
순환출자 구조가 지적돼 온 큰 이유는 재벌총수가 실질적인 자본투입 없이 가공자본을 형성하고 이는 결국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에 따라 재벌기업의 순환출자를 규제해 경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경제민주화 특위’에서 조만간 순환출자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재벌 지배구조 개선안을 4·11 총선공약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비상대책위가 최근 발표한 대기업 정책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지만, 당 일각에서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총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통합진보신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2일 재벌개혁 방안으로 출자총액제한제와 순환출자 금지 등을 포함한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순환출자 금지는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통제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는 정치권의 순환출자 규제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선임연구원은 “정치권은 미국같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의 전문경영인들이 임기내 실적 올리기를 목적으로 단기이익만을 추구하다보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와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오너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 주식투자로 돈좀 벌고 계십니까?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