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의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 승인 연기설 등이 거론되면서 그리스 사태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그리스 정치권이 총 3억 2500만 유로의 추가 긴축안에 합의하고 4월 총선 이후에도 긴축재정을 이행하겠다는 확약서를 유럽연합 등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로존에서는 그리스의 근본적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2년여간 그리스가 구제작업과 관련해 제대로 이행한 것이 없다는 데에서 낳은 불신이 이들 사이에 가장 큰 장벽이라는 평가다.
◆ '밑빠진 독' 지원에 대한 불신(不信)
이날 로이터는 유럽연합(EU)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그리스 대선이 치뤄지는 4월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그리스 구제 금융을 연기하거나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면서 "그리스가 디폴트를 피하도록 하겠지만 한번에 모두 약속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달로 다가온 만기 부채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더라도 이후 추가 지원은 분리해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 내부에 추가 긴축안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거센 만큼 이것이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기 힘들다는 우려인 것.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이날 한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를 돕는 데 있어 모든 것을 하고 싶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결정까지 모든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이것이 완벽한지에 대해 의심스럽다"면서 "그리스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총선 이후에도 지금의 결정된 사안들이 유효할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 '불장난' 대상 아냐...발끈
한편 이처럼 상황이 그리스에 불리한 방향으로 악화되자 그리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도 끝내 폭발했다.
그는 "유로존의 부유한 국가들이 우리를 유로존에서 추방하겠다는 생각으로 '불장난'을 하며 가지고 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베니젤로스 장관은 "우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조건에 직면하고 있다"며 "유로존에서 더이상 우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있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불장난을 하고 있는데 일부는 '횃불', 일부는 '성냥개비'지만 모두 위험은 똑같이 크다"고 강조함으로써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JP모간체이스의 니콜라 마이 이코노미스트는 "(지원 승인) 연기는 매우 걱정스럽다"며 "이는 그리스가 두번째 구제금융 패키지의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유로 지역 국가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