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유동성 홍수를 맞을 전망이다.
영국 영란은행(BOE)이 예상대로 500억파운드의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 QE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저리대출(LTRO)이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ECB의 2차 장기대출 규모에 시선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부 투자가는 1조 유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 연준 역시 상반기 중 수천억 달러 규모의 3차 QE에 나설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1월 실업률이 3년래 최저치인 8.3%로 떨어졌지만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의회에서 정상적인 고용 수준을 회보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언급,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이 실물경기 회복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에도 각국 중앙은행이 이를 고집하는 것은 단기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를 웃돌면서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5% 선으로 떨어졌다. ECB의 장기저리대출이 국채 시장으로 유입, 주변국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ECB에 따르면 유럽 은행간 대출 금리인 3개월물 유리보가 0.7bp 하락한 1.07%를 기록, 36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는 2011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지난 2009년 8월 이후 최장기간 하락이다.
유동성 경색 여부를 진단하는 자금시장 지표 중 하나인 유리보가 하락한 것 역시 ECB의 유동성 공급의 결과로 해석된다.
로이즈은행의 에릭 완드 채권전략가는 “유리보 하락은 EC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힘입은 것으로, 이달 말 2차 대출 집행으로 금리 하락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고 시장 전문가는 지적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크리스텔 아랜다 하셀 디렉터는 “ECB 대출의 담보물이 잠정적인 리스크 요인”이라며 “담보 요건을 완화할수록 ECB의 재정건전성이 커다란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실물경기의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도이체방크의 전 이코노미스트인 노버트 월터는 “일본과 미국, 영국이 실패한 정책을 ECB가 답습하고 있다”며 “유동성 공급 기간과 규모를 적정 선에서 결정할 것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초저금리 정책과 함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은퇴자의 자산 운용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자산시장의 버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자자문사 월터 & 도터스를 운영하는 월터는 “중앙은행은 적어도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자산 버블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미 부동산과 금 등 일부 자산시장에 소규모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