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은지 기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연방 선거법의 자금 규제 제한을 받지 않는 '슈퍼팩(슈퍼 정치위원회)'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금권선거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던 데서 180도 입장을 바꾼 것.
당초 공화당 예비주자들에 비해 자금력에서 우위에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들어 이 순위가 공화당에 뒤지자 슈퍼팩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즈 등 미국 주요 외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전직 보좌관 두 명이 만든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에 지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당초 오바마는 슈퍼팩 출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금권선거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다.
그는 지난 2010년 미 연방대법원이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특정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지출하는 광고와 홍보비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자 "미국 선거가 미국 국민의 결정이 아니라 이익집단과 그 자금에 의해 좌우되면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선거캠프 책임자인 짐 메시나는 "우리 캠프는 있는 그대로의 법의 현실에 직면해야만 했다"며 오바마의 입장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슈퍼팩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재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후보들이 슈퍼팩을 통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합법적으로 끌어쓰는 상황에서, 현실 정치 상황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바마와 민주당 지원 슈퍼팩이 후원금에서 공화당 지원 슈퍼팩에 비해 턱없이 뒤지고 있다고 밝혔다.
롬니 지지 슈퍼팩 '우리의 미래를 되살리자'(Restore Our Future)는 3020만 달러를 모은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 입장에 발목이 잡힌 친오바마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은 440만 달러 모집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1억 2500만 달러를 모금해 공화당 유력주자로 나선 롬리의 모금액 5600만 달러를 크게 앞섰던 것을 고려해보면, 오바마의 이번 선택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선택이 오히려 그에게 정치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공화당 성향의 단체 `아메리칸 크로스로드'의 조너선 콜레지오 대변인은 "오바마와 그의 정치 보좌관들에 의한 뻔뻔하고 자기중심적인 입장 변화"라고 이번 입장 변화를 비난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개혁파 정치인인 러스 페인골드 전 민주당 상원 의원은 "부패한 선거전술은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진보적 전략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민주당을 친 기업정당으로 만들고, 결국 패배하는 싸움터로 몰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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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