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리스크 완화 기대…단기 피크도 우려
[뉴스핌=문형민 기자] 외국인이 새해들어 4조 3000억원(36억 달러) 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1950선 직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0일에는 작년 9월1일 이후 처음으로 하루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외국인 매수세의 이유와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 LTRO로 위험완화 기대감 커졌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보다도 유럽 재정 리스크의 안정에서 찾아야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와관련 유럽중앙은행(ECB)이 장기자금대출프로그램(LTRO)이 주목받고있다. 지난해 12월 21일 LTRO가 개시된 이후 외국인은 국내와 아시아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날 이후 국내 증시에서는 5조원에 육박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도합 67억 달러를 순매수하고 있다. 위험 완화에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ECB가 4892억 유로 규모의 3년 만기 LTRO를 시행, 금융기관에게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현재 금융장세를 촉발시켰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국내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반전 가능성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상반기, 2009년 초에도 경기 터닝 초입국면에 외국인의 매수세는 강력하게 나타났다.
이승우 대우증권 스트레티지스트는 "국내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1월 전년동월비 1.1%로 전달에 비해 0.1%p 개선돼 대만 태국 인도 등에 비해 차별성을 보여줬다"며 "오는 1~2분기에 경기선행지수 터닝이 예상돼 외국인이 경기회복 초입에서 젊은 시세를 사들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7조 9954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자동차, 화학, 전기전자 등 3개 업종에 7조 1804억원을 집중시켜다. 이들 핵심업종을 비울만큼 비웠기 때문에 올들어 이들 3개 업종에 대한 순매수가 전체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 2차 LTRO 기대 vs. 단기 피크 우려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이어갈 것인가에 쏠려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 지표의 회복세와 PIIGS 국채만기 이벤트 등이 유동성 랠리를 지속시킬 것"이라며 "외국인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주식시장에 대해 매수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코스피도 2000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증권도 다음달 28일 ECB가 2차 LTRO를 실시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유럽발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반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은 신중론을 폈다.
이승우 스트레티지스트는 "외국인의 하루 순매수 규모가 1조원 이상이었을 경우 시장은 단기 피크였다"며 "지금 시장에서 더 이상의 호재가 무엇이 있는 지 떠올리기 쉽지 않으므로 1950선 이상에서는 추가적인 비중확대에 신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재정위기 완화나 경기회복 가능성 정도를 넘어서는 재정위기의 완전한 해소와 탄력적인 경기회복 등 호재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
현대증권은 2008년 리만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실행했던 양적완화(QE)와 ECB의 LTRO를 비교했다. QE는 자산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FRB가 진 반면 LTRO는 금융기관에 귀속된다는 것. 이에 유럽 금융기관들은 ECB로 공급받은 유동성을 국채 매입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원 팀장은 "1차 양적완화는 금융기관의 연쇄부도를 차단하고 디플레 우려를 경감시키는 순작용이 컸지만 2차 양적완화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신흥국 인플레 촉발 등 부작용이 컸다"며 금융장세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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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