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협 기자] "평생 직장인줄 알았는데...감원 대상이라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회사가 어려우니까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당장 새로운 직장 구하기도 쉽지않을텐데...가장 입장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 입니다"
지난 2008년 초반까지 서울 수도권 지역 대부분에서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대형사 못지 않는 주택공급률을 보이며 탄탄한 중견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던 A건설사 주택사업부 김모(44세)부장이 감원 리스트를 받아 보고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전한 말이다.
2008년 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잇단 정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 회복세는 여전히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다수 수요자들은 실물경기 위축이 심화됨에 따라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때문에 서울 수도권 분양시장은 공급만 하면 미분양이 속출하거나 주택거래마저 끊기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의존도가 높은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건설업계에 불기 시작한 부실기업 대상 구조조정 한파는 수십년간 한국 건설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던 크고작은 건설업체들을 한순간에 무너지거나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가는 호흡을 유지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지난 2010년 기업 구조조정 당시 은행권 대출 규모가 500억원이 넘는 부실 건설업체는 16곳으로 이중 이름만 대면 알수 있는 유명 건설사를 포함한 업체 7곳이 퇴출되거나 워크아웃(기업개선)대상으로 전락했다.
올해 역시 시장 상황이 크게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년도와 달리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지만 2008년 말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보다 더욱 심각한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고스란히 국내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호사가들은 지난해 이어 올해 역시 그룹 계열 건설사를 비롯한 중견건설업체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실제 인적 구조조정에 나선 A사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인 D사, 중견사 C사 등 시장에서 브랜드가 알려진 건설사 5~8곳의 워크아웃설이 유력시 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주잔고 비율이 높은 몇몇 대형사를 제외한 재무건전성이 미비한 중견사들은 그 어느때 보다 혹독한 한해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 PF대출 의존도가 높은 몇몇 중견사들은 불확실성 시장과 사업타당성을 이유로 예정된 분양계획을 미루거나 백지화 하는 등 몸을 사렸고 덧붙여 투자성이 낮은 사업장 매각과 함께 인적 구조조정에 나서며 기업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부실 건설업계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된 해직자들은 어림잡아 수천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해직자 중 복직되거나 새 일터를 찾은 수치는 거의 미약하다는 통계다.
전년도 워크아웃을 신청한 한 중견건설사는 지난해 1차 감원에 이어 올해 2차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직원수 중 3분의2 이상 정리해고에 나설 예정이어서 태산 보다 높은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가을에 수확한 쌀은 이미 바닥을 보인 반면 수확을 기대했던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심각한 빈곤상(貧困相)을 나타내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다.
한국 전쟁 이후 국내 경제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영세기업들을 필두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 수 많은 실직자들을 발생시켰던 1960년대 한국 경제를 당시 사람들은 '보릿고개'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 한국 건설업계는 심각한 불황에 따른 新현대판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이는 대다수 건설사들이 2012년을 맞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생존 경영'을 내세운 만큼 긴축재정과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낭떠러지 끝자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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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송협 기자 (back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