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성 강화…자발성·지속성이 관건
2012년 국내 금융회사들은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용'을 잡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국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인수합병(M&A), 인구학적 변화와 온오프 채널의 새로운 추세 대응, 우량고객 관리 등에는 비장한 각오를 세웠다. 올해의 화두(話頭)를 《대안을 찾아서》로 삼은 뉴스핌(Newspim)은 금융 업권별로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봤다. <편집자註>
[뉴스핌=홍승훈 기자] 공공성(公共性). 올해 은행권이 풀어야 할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사회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공성' 숙제를 은행권은 어떻게 풀어갈까.
남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제난이 겹치고, 김정일 사망 등의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며 올 한해 한국경제는 한층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형국이다. 이럴수록 서민과 중소기업 등 시장내 약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은행권은 기세등등하다. 지난해 거둬들인 은행권의 순이익 규모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도 무려 1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지주,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몫만 10조원을 웃돈다. 알다시피 대부분이 낮은 예금이자와 높은 대출이자 차이로 올린 수익이다.
이 같은 현실이 사회적으로 '반금융 정서'를 한층 키워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시위 등 금융권의 탐욕과 모럴해저드가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니게 됐다. 날씨가 맑을때 우산을 빌려주고 정작 비가오면 우산을 뺏는 식의 약탈적 금융문화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은행권, 그들은 어떤 대안을 찾아가고 있을까.
◆ 은행권의 공공성 강화 전략
은행권에서 사회적 책무에 가장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신한금융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창립초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 의지가 남달랐던 신한은 공존(복지), 공감(문화), 공생(환경) 등 3가지 중점 추진분야를 정하고 체계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신한금융은 공생 발전이란 시대적 화두에 호응하면서 고객들로 하여금 신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따뜻한 금융'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미소금융과 더불어 신한장학재단, 장애인 복지프로그램 지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활동, 1사1촌 활동, 빈곤계층 식료품 지원 활동 등 다방면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고 있다.
소매금융 강자인 KB금융도 여타 금융회사 못지않은 사회공헌활동을 보이고 있다. KB금융공익재단 출범과 함께 일자리 연결 프로젝트인 'KB굿잡', 수시로 진행되는 불우이웃돕기 활동 등을 통해서다.
우리금융의 경우 기업의 사회공헌에는 진정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단순 기부보다는 자원봉사활동 등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전 계열사와 임직원들이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고 지난해 역시 재활센터 건립 후원, 일본 지진피해 지원, 수재민 돕기 등과 함께 금융권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350 캠페인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우게 될 하나금융의 경우 김승유 회장이 미소금융 재단 이사장을 직접 맡을 정도로 사회적 책무에 대한 관심이 높다.
◆ "등 떠밀린 사회공헌, 자발성과 지속성이 관건"
이 같은 은행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 서민 등 사회에서 느끼는 금융회사의 공공성 프로젝트는 여전히 생색내기용이란 비판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계속되는 압박속에 마지못해 수수료를 내리고,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등의 수동적인 행보가 너무도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등 떠밀려 하는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이 아닌 자발적인 마인드가 턱없이 부족한 현 상황에선 다시 사회 트렌드와 분위기가 바뀔 경우 한 순간에 소멸될 수 있는 신기루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인 것.
서민금융 담당의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많이 늘어났지만 은행들이 자발적인 모습 보다는 위에서 누르니 마지못해 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예컨대 기부 등에 따른 세제혜택의 규제나 법적 테두리는 어느정도 구비됐지만 문제는 금융회사들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자체 마인드"라고 안타까움을 전해왔다.
물론 은행권에서도 할 말은 있다. 반금융정서가 거세지며 출금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낮추고는 있지만 은행 역시 이익을 내야하는 기업 아니냐는 주장이다. 또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증시에 상장된 기업으로서 주주들의 불만도 쇄도한다. 수익이 높아질수록 욕을 얻어먹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납품단가 인하를 막기위해 결산때 가능한 한 이익을 줄이려는 행태가 은행권에서도 재현되는 게 현실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결산시 은행들의 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보다 훨씬 못미칠 것"이라며 "당국의 충당금 적립 및 내부유보에 대한 요구도 요구지만 이보다는 사회 일각의 '반금융정서'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익규모를 가급적이면 줄이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 CEO로 있는 한 회장은 "금융회사들은 금융과 관련된 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은 "정부와 사회의 압력에 못이긴 방향성 없는 기부나 사회공헌은 일회성에 불과해 지속성을 갖을 수 없을 뿐더러 자칫 금융산업 자체에도 타격을 줘 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에서 시작된 반금융정서가 한국에 상륙한 지금, 은행 중심의 금융권이 주주가치 제고와 공공성을 얼마나 조화롭게 풀어갈 것인지에 따라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영리기업이지만 이윤만 추구하는 여타 기업과는 근본이 다른 은행권. 국가로부터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이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은행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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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