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23일 출범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두고 당국과 업계, 그리고 투자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헤지펀드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품. 이에 과연 '한국형'이란 수식어 없이 세계 시장에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국내 헤지펀드가 확보할 수 있을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헤지펀드, 고객수요 튼실...타 상품군과 차별성 절실
현재 업계 관계자들이 내다보는 국내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20조원 수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고객 니즈는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김호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금리를 초과하는 절대수익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며 "헤지펀드가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언급했다.
다만 기존에 있던 사모펀드와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아 랩어카운트처럼 단시간에 시장이 성장하기는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프라임브로커 역할을 하는 우리로서도 기존에 있던 사모펀드와의 차이점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투자자들은 더 할 것"이라며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헤지펀드가 사모펀드 투자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B운용사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같은 헤지펀드들끼리 경쟁하는 순간 시장 자체를 망치게 된다"며 "헤지펀드의 경쟁자는 사모펀드나 절대수익형 펀드 등 기존에 존재하던 다른 상품군이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 당국·업계 꾸준히 투자해야
"이미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단 이상 글로벌 헤지펀드와는 다른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세계 유수의 상품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죠"
국내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과하다는 부분은 모두가 동의한다. 모범규준을 통한 지나친 규제와 투자자격 요건의 제한 정도가 높다는 것. 헤지펀드 도입을 추진한 금융당국이 진입장벽 자체를 높이며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같은 시장 환경탓에 해외에서 헤지펀드를 운용중인 펀드매니저를 영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C운용사 관계자는 "당초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를 영입할 생각이었으나 국내 헤지펀드의 윤곽이 드러나자 무산됐다"며 "그들에겐 국내 부실한 인프라와 운용규제 안에서는 헤지펀드가 추구하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듯 싶다"고 회고했다.
더불어 최근 당국이 진행하는 파생상품 시장 규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주식워런트증권(ELW)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파생상품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장기적으로 헤지펀드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저해하는 일이라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국은 현재의 '한국형 헤지펀드'는 초기 시장의 투자자와 운용자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미 김석동 금융위원장 역시 '한국형'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며 "향후 투자자 제한을 낮추는 등 단계적인 규제 축소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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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