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파정보와 인적정보 모두 가동 안됐다"
[뉴스핌=이영태 기자]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관계 및 대중관계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매체의 공식 발표 전 이를 인지하고 대처한 정부기관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민국 국가를 대표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시점인 17일 일본 방문길을 떠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김 위원장의 사망시점은 17일 오전 8시 30분. 이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위해 성남공항을 출발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12시40분이다. 이 대통령은 이후 1박2일간의 일본 방문 일정을 예정대로 마친 후 18일 오후 귀국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동선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정부의 대북정보라인이 움직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보다 충격적인 것은 ‘정말 청와대가 사흘간 몰랐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유사시 대통령의 존재를 감안할 때 사망을 알았다면 일정이 당연히 조정됐어야. 대북, 대중 외교라인 절단의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도 다음 아고라 게시판 등을 이용해 “17일 사망 19일 발표.. 정부.. 정보당국 낌새도 못 채고 있었다... 문제다 문제... 천안함도 깨지고 연평도도 깨지고... 도대체 이 정권의 어떤 부분을 믿고 살아야 하는 거야??” “안보라인.. 무능 인증!” 등 정부의 대북정보·외교라인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날 “북한이 이날(19일) 정오 특별방송을 예고했을 때도 정부부처는 북핵 6자 회담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최근 현장 지도를 했고 북한 내 특이 동향도 없었다. 김 위원장의 사망여부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통일부 당국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북한 TV의 아나운서가 검은 옷을 입고 나오자 얼굴이 사색이 돼 곧바로 장관실로 직행했다”고 덧붙였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국정원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사실을 사전에 입수했다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까?
오랜 기간 국정원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열차 내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항시 비상대기 중인 열차 내 응급의료진이 가동됐을 경우 시민트, 즉 무선교신 등 전파정보를 이용한 정보수집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방법은 휴민트, 즉 인적 정보를 이용한 정보수집인데 그 정도로 내부에 깊숙한 정보원을 갖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아마도 북한 당국은 북한주재 중국대사를 통해 중국에만 몰래 사망소식을 전한 후 공식발표 전까지는 침묵을 지켜달라고 요구했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대중관계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정보수집이 안 된 것 같다.”
대북정보라인뿐만이 아니라 대중정보·외교라인까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의 북방외교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 CNN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매체를 인용해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과 한국 정부의 비상대응체제 가동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이 김정일의 죽음을 미리 알았을 수도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으며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집을 지시했다. 전군 및 경찰, 공무원 등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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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