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2009년 집중적으로 발행됐던 회사채가 3년이 지나 내년 상반기에 만기 도래한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들 회사채가 무난히 만기상환 또는 차환될 수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량한 기업들은 이미 차환 발행에 성공하는 등 문제가 없지만 일부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유럽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업황 부진을 겪고있는 조선, 해운, 건설업종이 우려를 낳고 있다.
1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24조 5000억원이다. 이는 올 상반기 만기도래했던 20조 4000억원에 비해 20%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처럼 만기도래가 급증한 것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발행했기 때문. 2009년 상반기의 회사채 발행금액은 30조 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중 조선, 해운, 건설업종의 물량은 5조 2000억원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한다. 조선업이 2조 1000억원, 건설업이 1조 8000억원, 해운업이 1조 3000억원이다.
조선업체 중 '빅3'인 현대중공업 3000억원, 삼성중공업 7000억원, 대우조선해양 5000억원은 사실상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그렇지만 한진중공업(3100억원), STX조선해양(3200억원)은 시장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4차례에 걸쳐 총 75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1월과 5월 각각 2500억원, 1500억원을 발행, 2006년 발행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3000억원을 해결했다. 이어 8월 2000억원, 지난달 1500억원을 발행해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분에 대비했다.
한진중공업은지난달 발행시 2000억원을 계획했지만 시장의 수요가 없어 1500억원만 발행해야했다. 금리도 민간평가기관의 평가금리보다 129bp 높은 5.95%에 결정됐다.
STX조선해양 역시 차환 발행을 위해 수요조사를 했지만 시장의 냉랭한 반응에 부딪쳤다. 신용등급 A-인 이 회사는 민평대비 130bp 이상 높은 6%대 금리를 제시했지만 결국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0억원 조달에 만족해야했다. 이 또한 계획보다 금리를 50bp 더 얹어줬다.
STX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액 3200억원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도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며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STX는 내년 초에 수주 성과 등에서 남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진해운은 올해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으로 1조원을, 현대상선은 두번의 회사채 발행으로 6800억원을 각각 확보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불황이 예상되고 자금 여건도 좋지 않아 유동성 마련이 제 1의 과제가 되고있다.
해운업의 내년 상반기 1조 3000억원 만기도래 규모는 평소 7000억원의 2배에 가깝다. 여기에 내후년 상반기 역시 1조원 이상의 만기도래분이 기다리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나서야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해운업계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다보니 시장의 시각도 싸늘하다"며 "회사채 발행을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건설업의 만기도래분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주택경기의 지속적인 부진은 건설사들의 재무여건을 짓누르고 있다.
최종원 동양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2009년 상반기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발행할 수 있었던 건설사는 대형사 위주였다"며 "올해 상반기에 4조원 가량의 만기를 넘겼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1조 8000억원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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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