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위원님은 권한을 더 드리겠다고 그러고 정부는 사양하고, 참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지난달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말미에서 논의를 지켜보던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정부 권력의 감시자인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 정부에게 권한을 더 주겠다고 하는데 정작 정부 실무자들은 이를 받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안건으로 논의되던 내용은 국토해양부가 담당하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부분이었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7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국토부 추천 민간 공익위원의 수를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일부개정안을 내놓았고 이날 소위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국토부 측이 이를 의료 및 보험업계의 전문분야이며, 업계에서도 이를 반대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현재 수가분쟁심의회 위원 구성은 의료계와 보험업계, 정부 측 공익위원이 각 6명씩 18명으로 되어 있다.
백 의원은 "이곳저곳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고 신문에도 나고 있다"며 "뭔가 좀 투명하지 못하고 이해관계 구조상 서로 담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백 의원은 정부 측이 추천한 공익위원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국토부의 '입김'도 세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부 추천 위원의 수를 8명으로 늘려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6명이나 투입하고 있어도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소위에 참석한 국토부 구자명 종합교통정책관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위원의 수를 각각 동수로 하자는 것"이라며 "업계의 공정성이나 자율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너무 많이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담당 실무자인 국토부 조무영 자동차운영과장도 "수가분쟁심의위는 자율기구이므로 자율성을 존중해줘야 한다"며 "내용 자체가 의료나 보험의 전문적인 분야가 논의되기 때문에 국토부가 지도감독을 한다하더라도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수가분쟁심의위에 참석해 봤지만 지도감독의 실효성이 없고 업계에서도 공익위원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해양위 허태수 전문위원도 검토의견을 통해 "자율적 조정기구인 심의회의 민간위원을 증원할 경우에 균형이 깨질 우려가 있다"며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허 위원도 정부 내 이와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나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도 민관 동수로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상정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일부개정안 14건은 각각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전문위원 보고내용을 위원회 대안으로 채택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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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