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이강규 기자] 유럽발 비상등이 또 하나 켜졌다. 유럽 전역에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끼면서 월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종합화학회사인 듀폰과 칩 제조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연이은 실적 경고는 유럽의 리세션 위험이 이미 미국 기업들에 타격을 입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홀리데이 쇼핑시즌은 기록적인 추수감사절 연휴 매출과 함께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국내 기업들의 연이은 순익과 매출 경고로 일부 투자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에 대해 밀러 타박의 주식 전략가인 피터 부크바르는 "유럽 상황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어닝 전망 하향조정이 줄을 잇는 등 부수적 손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500 소속 기업들의 금년 4분기와 내년 1분기 어닝 성장 전망치는 지난 7월 이래 가파르게 축소됐다.
톰슨 로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의 어닝은 4분기에 10.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월초 전망치인 15%와 7월 전망치 17.6%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또한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을 크게 앞지르며 이들 사이이 비율이 2001년 2분기 이래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9일(유럽 현지시간) 거의 모든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유로존 채무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재정통합 강화에 합의하자 국내 기업들의 어닝 경고 뉴스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의 거의 모든 종목들이 상승했다.
유로존 채무위기 해법부재로 불확실성의 벽이두터워지면서 지난 수개월간 유럽발 헤드라인에 휘둘려온 시장은 9일 EU 27개국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26개국이 재정개혁안에 합의하자 랠리를 펼치며 2주 연속 상승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유럽의 위기를 풀기 위해 시행될 역내 국가들의 뼈를 깎는 긴축조치들로 당장 내년부터 글로벌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재정위기에 직면한 유럽은 해법 논의 과정에서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에따라 이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경기침체 위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주 듀폰과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실적 경고는 양호한 3분기 어닝시즌의 끝자락에 묻어 나왔다.
3분기 미국 기업들의 어닝은 17.9% 증가, 10월초 전망치인 13.1% 성장을 가볍게 넘어섰다.
상당수의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내년도 주식시장을 낙관하는 주된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기업들의 양호한 순익과 매출 성장 전망이다.
하지만 스타마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일 사이 S&P500지수 전체 업종 가운데 헬스케어와 필수 소비재를 제외한 모든 업종의 실적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전망 조정폭이 가장 큰 업종은 기초소재와 금융이었다.
기초소재 업종의 올 4분기 어닝은 1년전에 비해 1.4%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의 전망치는 25.6%증가와는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유로존 위기에 가장 민감한 금융 업종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업종의 4분기 어닝은 18.3%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월 3일에 나온 전망치인 26.6% 성장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S&P500 기업들의 4분기 매출은 6.6% 늘어났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3분기 매출성장폭인 11.1%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기업들은 2011년을 낙관론 속에 시작했다. 소비자신뢰도는 높은 수준을 보였고, 유럽의 위기는 지금보다 훨씬 쉽게 진화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2년의 개막을 앞두고 기업들은 유럽의 경제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채무위기와, 긴축, 그리고 리세션으로 이어지는 유럽의 상황은 '바다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유럽에 감도는 경기한파는 대서양 건너쪽으로 한냉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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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