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제강-성동조선, 우선 수급 MOU..수요처ㆍ원가경쟁력 확보
[뉴스핌=김홍군 기자] 포스코가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국내 철강시장에 현대제철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규모와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범현대가를 우군으로 거느린 현대제철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이는 후판도 마찬가지여서 포스코를 향한 현대제철의 거센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2009년 말 충남 당진에 연산 15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가동하며 후판시장에 뛰어든 현대제철은 제2후판공장 건설 및 설비합리화를 통해 2013년 9월까지 후판 생산능력을 350만t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 같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대결구도 속에 어려움에 처한 철강사가 동국제강이다. 지난 1971년 포항에 국내 최초의 후판공장을 준공한 동국제강은 지난해 5월 당진공장 가동으로 연산 45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원가경쟁력 및 수요처 확보 면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뒤지는 게 현실이다.
◇안정적 수요처 확보 최우선
동국제강이 중형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과 후판 공급에 대한 MOU를 맺은 것은 안정적 수요처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자료 : 철강협회 |
이번 MOU는 동국제강이 생산한 후판을 성동조선해양이 최우선 구매하는 대신, 기존보다 싼 가격에 후판을 공급하는 것이 주내용으로, 동국제강이 수익성 보다는 안정적 수요처 확보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연간 30~40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세계 10대 조선사로, 연간 후판 소요량은 70~80만t에 이른다.
이는 국내 후판 수요량의 7~9%에 이르는 막대한 양으로, 이 중 절반만 공급하더라도 현대제철을 견제함과 동시에 연간 400만t 이상이 수입되는 중국산과 일본산으로부터 국내시장을 방어하는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동국제강이 특정 조선사와 후판 공급과 관련 MOU를 맺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동국제강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사들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지만, MOU 형태는 아니다.
◇성동조선도 가격경쟁력 향상
유동성 악화로 채권단의 추가지원이 절실한 성동조선해양으로서도 이번 MOU는 큰 의미를 지닌다.
성동조선해양은 동국제강의 후판을 보다 싼 가격에 우선 구매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동국제강은 중견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에 이례적으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수준의 가격에 후판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철강사의 후판 공급가격은 t당 90만원대 초ㆍ중반으로, 대량 구매처인 빅3들이 나머지 조선사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후판을 공급받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빅3 조선사의 절반 이하 규모인 중소 조선사에 빅3와 같거나, 낮은 가격에 후판을 공급하는 것은 드문 경우다”며 “동국제강과 성동조선해양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료 : 철강협회 |
동국제강과 성동조선해양이 맺은 MOU는 철강과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 이후의 적자수주 여파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조선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의 가격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과 같은 급의 대우를 받게 된 빅3는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다른 조선사들도 성동조선해양과 가격을 비교해 단가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과 일본산 후판 수입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 철강사를 대상으로 가격인하 압력을 넣고 있다.
선수를 뺏긴 철강업계에서는 수요처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철강사의 후판 생산규모는 포스코 780만t, 동국제강 450t, 현대제철 150만t 등 1380만t으로, 연간 수요량(2010년 1100만t)을 초과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산 등 수입량이 400만t 이상이어서 철강 3사의 후판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