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채위기로 유로존이 벼랑 끝 위기에 몰렸지만 유로화가 의외의 지지력을 보이면서 이머징마켓 통화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최근 시장 불안이 이탈리아와 프랑스까지 확산, 유로화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지만 유로/달러는 1.34달러에서 강한 지지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하락 추이에도 불구, 연초 이후 유로는 3% 오름세를 기록했다.
유로존 위기는 이머징마켓 통화에 보다 적극 반영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이머징마켓이 펀더멘털 측면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동시에 유로화 하락 베팅으로 손실을 본 외환 트레이더와 헤지펀드가 ‘타깃’을 이들 통화로 옮긴 탓으로 풀이된다.
◆ 유로존 위기 이머징 통화 불똥, 인도 브라질 칠레 헝가리 통화 약세
인도 루피는 21일 6일 연속 하락, 사상 최저치와 거리를 크게 좁혔다. 이날 달러/루피는 52.16루피로 2009년 3월3일 기록한 최저치 52.1950에 바짝 근접했다.
유로존 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악화 우려에 국내 기업의 채권 상환을 위한 달러 매입도 루피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코퍼레이션 뱅크의 수다르샨 바트 외환트레이딩 헤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고, 특히 유로존의 하강 기류가 뚜렷해 루피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날 브라질 헤알화도 가파른 하락 추세를 연출했다. 장 초반 달러/헤알은 1.8074헤알을 기록, 지난주 1.7665헤알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칠레 페소 역시 1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위기로 국제 구리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페소 하락으로 번졌다. 이날 달러/페소는 516.05페소로 전주 510.70페소에서 내림세를 이어갔다.
헝가리 포린트 역시 약세를 지속했다. 유로/포린트는 305.69포린트로 0.6% 올랐다. 헝가리는 유로존 위기로 인한 경제 타격을 우려, 국제통화기금(IMF)와 EU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BNP파리바의 바토즈 폴로스키 외환전략가는 “동유럽 통화 약세는 유로존 경제 전망과 깊게 맞물려 있고, 가까운 시일 안에 추세가 바뀌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 헤지펀드 유로 숏커버, 동유럽 통화 팔자 '공세'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시장 수급도 이머징마켓 통화의 약세 흐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유로화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적잖은 손실을 떠안았다. 유로화 낙폭이 예상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 이 때문에 헤지펀드는 최근 수 주 동안 유로화 숏커버링에 나섰다.
노무라의 조프리 켄드릭 외환 애널리스트는 “헤지펀드를 포함한 고객들에게 유로화 약세 전망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유로화가 예상보다 강한 저력을 보이자 투자가들은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유로화 매도 포지션이 10월에 비해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펀드와 투기거래자들이 눈을 돌린 곳이 이머징마켓 통화다. 특히 유로존과 경제적인 연결고리가 강한 동유럽 통화에 ‘팔자’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유로화 대비 폴란드의 졸티와 테코의 코루나에 대한 매도가 최근 두드러진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연말 결산을 앞두고 수익률 압박에 시달리는 트레이더들이 이들 통화로 기회를 찾고 있다.
한편 유로화에 대한 시장의 하락 전망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통상 연말 외환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며, 이에 따라 유로화가 저점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외환 애널리스트는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