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헝가리 통화인 포린트의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가파른 내림세는 동유럽 주요 통화로 번지는 양상이다.
유동성 가뭄과 수출 경기 냉각 등 2008년 위기가 재현될 조짐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동유럽의 금융시장과 실물경기를 강타할 것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헝가리 포린트와 체코 코루나는 최근 1개월 사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포린트가 9% 가까이 떨어졌고, 코루나가 6%가량 하락했다. 시베리아 디나르와 폴란드의 졸티가 각각 4.8%, 4.5% 하락해 뒤를 이었다.
최근 통화 약세는 부채위기가 동유럽에 신용경색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 예측은 최근 곳곳에서 불거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7일(현지시간) 서유럽 금융권의 자금 회수에 따른 유동성 경색 가능성을 예고했고, 모간 스탠리가 14일 동유럽 금융권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유럽 은행권이 자본규제 강화에 따라 2조 5000억유로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서면서 연쇄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럽금융청(EBA)에 따르면 서유럽 은행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자금은 1060억유로(149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무디스는 폴란드 은행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고, 금융권 압박이 12~18개월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에릭 베르고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 동-서 유럽을 포괄하는 금융 시스템이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경고음이 높아지자 EBRD와 정책자, 금융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만이다.
동유럽 경제권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외부 자금 의존도를 낮추고 금융회사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등 펀더멘털을 강화했다.
하지만 무수익 여신 비중이 크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여전히 외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BRD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동유럽 경제를 위협하고 있고, 특히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이 외부 악재에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편 헝가리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 매각과 포린트 하락이 지속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금리인상을 단행할 뜻을 내비쳤다.
유로/포린트가 최근 317.66포린트를 기록,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친 데다 3개월물 국채 발행 금리가 6.71%까지 치솟자 강력한 개입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IMF의 지원으로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던 2008년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세스텍 자산운용의 이카일 디아만토폴로스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헝가리가 또 한 번 이머징마켓 채권 및 외환 투자자들 사이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헝가리의 부채 상당 규모가 외화표시 채권인 만큼 포린트 하락에 따른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