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지난 7월 '나이스'사태 미적거려 오해
[뉴스핌=문형민 기자] 삼성그룹의 시스템 통합(SI)업체인 삼성SDS(사장 고순동)가 정부기관과의 프로젝트에서 잇따른 결정적 하자가 발생하면서 '줄 소송'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개인자격으로는 최대 주주이며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한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라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당국과의 소송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S가 현재 정부당국 및 기관과 직면한 소송(예정)건은 크게 두가지다.
지난 7월 고등학교 및 중학교 성적 오류사태로 학부모를 비롯해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났던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ICE)사건은 이르면 이달중 공식적으로 관련 교육기관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지난 18일에는 한국 철도시설공단이 입찰서류 허위등을 이유로 삼성SDS를 사법당국에 민형사상 고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21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KTX 열차 지연을 초래한 선로전환기 및 분기기 장애와 관련, 제품 납품과 시공을 담당한 삼성SDS 등 관련 업체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곧 묻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삼성SDS를 업무 또는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제품불량 및 하자보수 불이행, 지연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소장 제출을 준비중"이라며 "준비되는대로 조만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삼성SDS는 2008년 선로전환기 입찰 당시 스페인에서 시속 300Km 이상의 고속철도 공급 실적이 있다는 자료를 제출, '하이드로스타(선로전환기)'를 낙찰 받았다.
하지만 작년 11월 사용개시 후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고, 스페인에서 고속철도 건설에 하이드로스타 공급을 승인한 사실이 없는 것이 확인됐다.
공단은 입찰 때 제출한 서류의 진위를 확인키 위해 삼성SDS에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아포스티유(국제 공증)'를 받아오도록 2차례(지난 7월, 9월)나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SDS는 50일간의 충분한 기간을 줬지만 현재까지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또 제품 자체 및 시공 상의 하자가 많은 것으로 판명됐고, 하자보수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미루거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사상 초유의 성적 오류 사태를 일으켰던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사건에도 삼성SDS는 프로그램 제작업체로 연관돼 있다.
차세대 나이스는 학기말 성적 처리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 고등학생 2만 9007명과 중학생 197명의 석차가 정정되는 사태를 일으켰다. 이에 교과부는 외부 전문가 및 현장 교사로 구성된 24명의 나이스 특별점검단을 가동해 지난 8월 한달간 조사를 벌였다.
교과부의 조사결과, 삼성SDS는 시스템 가동 이전 충분히 테스트를 이행하지 않아 성적 처리 오류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4월 현장 테스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일부 수정을 거쳤으나 완벽하게 수정하지 못해 오류가 재발됐다는 것.
교과부는 성적처리 오류로 인한 피해 발생과 관련,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삼성SDS에 대한 손배해상 소송 등 법적·행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자문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며 "김철균 신임 원장이 취임한지 열흘밖에 안돼 곧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스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도 당국의 법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사안 모두 아직까지 공식적인 공문이 접수가 안됐다"며 "공식적인 공문이 접수가 된 후에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 18일 고순동 삼성SDS사장은 "세계경제가 위기국면이지만 IT기술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터진 굵직한 소송건을 두고 삼성 SDS의 도덕적 경영관 확립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에둘러 꼬집는다.
한편, 삼성SDS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지분율 21.67%)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8.81%)과 부진·서현(각 4.18%) 등 자녀들의 지분이 17.17%로 2대 주주군을 형성하고 있다. 개인으로는 이 사장이 최대주주다.
이재용 사장이 최대주주(45.92%)로 있는 정보기술(IT)업체 서울통신기술을 삼성SDS가 흡수 합병할 경우 이 사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또 이 사장이 전자계열사들을 물려받는다면 삼성SDS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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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