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이강규 특파원] 막대한 그리스 부채의 구조조정과 탕감 전망에 따라 부실채권 전문 투자자들이 그리스국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선진국 정부채 지수 대상에서 퇴출됐다.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이머징 마켓 지수에 포함된것은 아니다.
일부 헤지펀드와 프라이빗 웰스 매니저들만이 노니는 '중간지대'로 빠져든 셈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유로존채무 위기 해결안을 논의하게 될 23일의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두고 4명의 유로존 관리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민간채권자들의 손실폭을 30%에서 50% 사이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정도만 해도 현재 그리스 부채에 반영된 60%~70% 헤어컷 수준에 비하면 양호한 편에 속한다. 대부분의 그리스 채권은 유로당 35센트(35 cents on the euro)에 거래되고 있다.
2002년 1000억 달러의 디폴트를 일으킨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경험한 이머징 마켓 투자자들에게 그리스 국채는 상대적으로 약간 비싸지만 익숙한 영역에 놓여 있다.
애버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이머징 채권펀드 매니저인 케빈 데이리는 "2002년 당시의 위기가 반영된 아르헨티나 국채가와 2005년 부채 차환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커브가 달러에 대해 25센트(25 cents to the dollar)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스는 이머징 시장 투자자가 매수를 시작할 시기라고 생각할 만한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현재 유로당 31~32센트(31~32cents on the euro)에 거래되고 있는 2040년 만기 국채 매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40년 만기물은 그리스 국채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그리스는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규모가 큰 5000억달러의 부채 부담을 지고 있어 앞으로 수년간 부실채권 영역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과 2010년 두차례 부채 차환을 실시한 아르헨티나는 채권단 그룹인 파리 클럽과의 채무협상을 종결짓지 못한 상태로 디폴트 이후 국제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질서있는 그리스 부채 구조조정은 여러 개의 그리스 채권을 거래가 비교적 용이한 하나의 큰 유동채권(liquid bond)으로 합치는 방안을 포함한다.
반면 무질서한 구조조정, 혹은 디폴트는 그리스 부채를 여러 개의 비유동성 채권으로 분할하게 되고, 결국 프론티어 이머징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프론티어시장 브로커 Exotix의 이코노미스트 가브리엘 스턴은 "무질서가 심해질수록 채권은 더욱 변방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그리스 국채와 다른 부실채권 시장은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곤두박질칠 것이고 거래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2009년초 이머징 마켓의 유동성이 말라버린 것에 비견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부실 채권매입에 나선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2009년 러시아 정부의 은행 재자본화로 힘을 얻은 은행들은 액면가의 50%~60%에 자사 발행 채권을 환매할 수 있었고, 이는 전체 이머징 시장 채권 회복에 기여했다.
씨티의 이머징 마켓 전략가인 루이스 코스타도 "그리스 국채 하락은 엄청난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복이 시작되기 전에 폭풍이 먼저 온다"며 "고통의 문턱 이후를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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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