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간 수명이 늘어난 만큼 아름다운 노후 설계를 위해서라도 개인 자산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인연금과 함께 보다 중요해진 퇴직연금도 그 중 하나다. 이를 어느 금융회사를 통해,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풍요로운 미래를 담보하기도 한다. 이에 증권업계를 포함해 금융권에서 뜨겁게 달궈지는 퇴직연금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보다 현명한 상품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시장과 상품의 면면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뉴스핌=정지서 기자]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도전이 뜨겁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퇴직연금'의 존재는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연금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금융권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퇴직연금 시장이 매년 두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금융권의 러브콜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업계로선 퇴직연금 시장의 후발주자인 만큼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을 취한다.
그간 고수익을 원하는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를,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근로자는 은행 혹은 보험사를 운용사로 선택해 개인의 취향에 맞게 퇴직연금을 운용해 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증권사들은 '수익성과 안정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아 탄력적인 운용으로 맞서겠다는 얘기다.
◆증권사, "전문성+다양한 상품= 퇴직연금 고수익률"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는 '미투(me too)'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장기투자 상품이다 보니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시해 비슷한 구조의 상품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고 해마다 물가 상승률이 올라가자 퇴직연금 고객들 사이에선 좀 더 높은 수익률에 대한 갈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은행이나 보험 등 타 금융권 대비 증권사 퇴직연금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 운용 수익률 면에서는 단연 증권사 상품이 돋보이기 때문. 실제 증권사의 대표적인 퇴직연금펀드만 살펴 보더라도 수익률 면에서 증권사 상품들은 두드러진다.
2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퇴직플랜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은 설정이후 39.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퇴직연금증권자투자신탁 1(채권)' 역시 32.56%의 성과를 내며 '시중금리+알파' 수익률의 몇 배 가까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주로 채권형, 채권혼합형인 이들은 안정적이면서도 초과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시장 상황에 적절한 분산투자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특히 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증권사가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하는 고갱이라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 김보승 차장은 "증권사는 상품 설계의 유연성과 다양한 금융상품 라인업, 그리고 자산운용 경험을 활용한 장기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며 "퇴직연금 시장이 성숙할수록 현재와 같은 확정금리 상품 위주의 단기 운용이 아닌 실적배당형 상품이 주를 이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사는 은행, 보험 대비 자산운용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며 자체적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 운용할 수 있어 고객에게 상품에 대한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장기적으로 운용되므로 주식시장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장기 수익률 면에서 타 금융권 상품 대비 월등히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상품의 92%가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8%만 실적배당형 상품인 상황. 이중 일반적으로 은행은 연금자산의 90% 이상을 예ㆍ적금에 투자하고 보험사가 70% 안팎을 금리확정형 보험에 편입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32%, 채권형펀드 13% 등 안전하면서도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 구성 중 ELS 등이 돋보이긴 하지만 고수익률의 비결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니"라며 "증권사만 고유로 취급할 수 있는 국공채, 회사채 등의 상품이 있는데다 다양한 펀드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 고객 자산 비중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은행과 보험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는 데 고수익률 비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연금, 자산관리의 한 축이 되다
지난 7월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업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채 20%가 되지 않는다. 이는 후발주자인 증권업계의 '고객 모시기'가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증권업계만의 차별화된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해답은 자산관리에 있다. 각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단순한 연금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한 축으로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퇴직연금운용 김대중 팀장은 "앞으로의 퇴직연금 시장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일률적인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투자성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증권사의 인프라를 살리는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증권업계의 화두는 단연 '자산관리'. 100세시대를 맞이해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관리 중요성이 대두되며 연금상품의 주목도 역시 올라가고 있는만큼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속내다.
미래에셋증권 이종태 퇴직연금기획팀장은 "대다수 고객들의 퇴직금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으로 운용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며 "고객의 자산을 일정기간 보관 후 돌려주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분산-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고객의 은퇴자산이 불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증권사는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컨설팅이 진행되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며 "미래에셋을 비롯한 증권사 퇴직연금은 다양한 투자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배분 전략을 사용해 경쟁력있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미래에셋·우리투자증권 등 자산관리에 주력하는 증권사들이 저마다 퇴직연금연구소 등을 꾸려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셈.
특히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법 개정 등 환경이 변화될수록 증권사의 역량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 팀장은 "투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주식이나 ETF등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연금상품이 금리 경쟁이 아닌 상품 경쟁력으로 전환된다면 증권사만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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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