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KTX-산천의 잦은 고장이 사전에 예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KTX-산천 시운전 기간에 이미 설계 및 제작 결함이 발견됐으나 한국철도공사가 이를 숨기고 개통한 것이다.
23일 한국철도공사가 국회 국토해양위 강기정(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KTX-산천 시험운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조치결과’에 따르면, KTX-산천은 시험 운행 중 설계 및 제작 결함 등의 문제가 83건 발견됐다. 이 중 36건은 개통 후 3개월∼1년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운행 과정에서 나타난 설계 및 제작결함 총 7건 중 ▲KTX-산천 5호 비상제동 체결 복귀 안 됨 ▲동작 시운전 중 ATS 구간에서 절연구간 오검지 ▲감속장치 모터 조립부 누유 관련 등은 개통 후에 개선됐다.
또 설계 결함은 동력장치 트리포드 동작 관련 등 총 36건 제작결함은 동적 시운전 중 터널 통과 시 이명 현상 등 30건이며 이중 각각 15건,13건이 KTX-산천 개통 후에야 조치됐다.
강 의원은 “KTX-산천의 제작 및 설계 결함을 사전에 제거하지 못한 것은 국민을 상대로 도박한 것”이라며, “코레일과 현대로템은 제작 및 설계결함을 숨겨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KTX-산천 고장을 제작사인 현대로템에게만 책임을 추궁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의수 한나라당 의원은 “짧은 제작일정과 시운전 기간 등 잦은 고장은 예견돼 있었다”며 “KTX-산천 리콜 과정을 보면 코레일이 고장 책임을 제작사인 현대로템 쪽에만 떠넘기고 있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고 질책했다.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이에 대해 “제작사 측에서 모든 잘못을 시인했다”며 “특히 몇 가지 고장에 대해서는 제작사에서도 아직 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허 사장은 또 “앞으로 도입되는 KTX는 시운전 기간을 충분히 가진 뒤 도입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라며 “현재의 KTX-산천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안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6월 잦은 운행 장애로 문제가 된 KTX-산천 전 차량에 대해 현대로템 측에 정밀 재점검을 요구했다. 지난달에는 제작사를 상대로 총 11여억원 규모의 피해구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이날 KTX 열차 내부에서 판매 중인 도시락이 원가의 3배∼4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KTX에서 판매되는 5종의 도시락 가운데 3종의 도시락을 시중의 유명 도시락 업체에 원가 분석을 의뢰했더니 원가의 2.5배부터 3.9배까지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납품가격과 유통과정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KTX에서 판매 중인 ‘길’ 도시락은 원가와 포장비까지 다 포함해서 1400원이지만, 판매 가격은 원가의 3.9배인 5500원이다.
또 가장 인기가 많다는 7500원 짜리 ‘한식도시락’은 원가가 3000원으로 원가의 2.5배, 1만원에 판매하는 ‘아시안 런치박스’ 역시 원가는 3000원으로 3.3배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KTX 이용객들이 시간관계상 어쩔 수 없이 또는 재미로 사먹는 도시락이 기차여행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공기업인 코레일에 대한 불신을 만들고 있다”며 “입찰이나 유통방식 변경을 통해서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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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