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명분이 투자자 불안증폭 지적 '양면성'
[뉴스핌=홍승훈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승부수를 띄웠다. 미래에셋은 16일 미래에셋 고객의 신용융자 거래를 무기한 중단키로 전격 발표했다. 고객 자산보호와 안정적인 투자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회사측은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예민한 투자자라면 이미 지난 주 감지할 수 있는 조치였다. 지난 12일 박 회장은 국내 한 언론을 통해 "베어마켓(약세장)이 시작됐다.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언론 인터뷰를 기피하는 박 회장 스타일을 감안할 때 추가 조치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의 오너이자 실질적인 경영자인 박 회장의 시장 경고가 나오자 미래에셋 계열 운용사들이 이날부터 주식을 쏟아냈고, 오늘은 미래에셋증권이 신용융자 중단을 통한 조치가 내려졌다.
흔히 업계경쟁 구도에 파장을 미치는 이같은 조치는 발표전 관련업계 실무급 담당자들에 소리 소문없이 전해지는 게 일반적. 하지만 이번엔 그런 교감이나 조짐도 없었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실무급에서 검토해 위로 올라가는 의사결정이 아닌 박현주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급하게 내린 조치로 풀이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수수료인하나 신용거래 중단조치와 같은 업계 파장이 이는 조치에 대해선 업계 실무자급에 귀띔하거나 알려지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런 교감이 전혀 없었다"며 "때문에 박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의 갑작스런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왜 갑작스런 신용중단 결정을 내린걸까. 증권가에선 사업가로서 타이밍을 잡아 승부수를 띄우는 박 회장만의 스타일을 꼽는다. 미래에셋의 최대 수익원과 성장성이 펀드에 있는 만큼 이번 승부수로 미래에셋에 대한 신뢰회복도 하고 갈수록 줄어드는 펀드에 대해 글로벌펀드로의 전환, 즉 중장기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잔고가 반토막나고 계속되는 펀드환매 추이를 돌리려면 투자자들에게 강한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변동성이 극심한 현 장세에서 투자자를 보호하는 증권사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신용규제에 나서려는 감독당국의 내심을 한발 앞서 충족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현 공모 및 사모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12일 현재 33조 7551억원이다. 지난 2008년 8월 61조 2377억원까지 늘어난 이후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추세다.
결국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미래에셋이 최근 집중하는 미국과 브라질펀드 등으로의 시장관심을 돌리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은 최근 수개월동안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과 브라질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증권업계 한 CEO는 "펀드런의 장본인인 자문형랩을 견제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발언을 하면서 시장질서를 무너뜨린 박현주 회장이 또 다시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보이는 것 같다"며 "신용거래를 줄일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의 극단적인 현 조치는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고 전해왔다.
서보인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거래를 통한 증권사 이자수익 감소를 감내하면서까지 선제적으로 고객자산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와 방향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이렇게 강하게 나올 필요성이 있을까 싶긴 하다"고 답변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박 회장의 신용중단 조치에 대해 또 한가지 우려를 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압박이다.
증권사 e비즈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도 신용규제에 대해 제한하려는 분위기가 없잖아 있었는데 미래에셋이 이렇게 앞장선 조치를 하면서 여타 회사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당국으로선 미래에셋도 하는데 다른 증권사들도 성의를 보이라는 무언의 압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한편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고객별 신용융자 및 주식(펀드)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당초 VIP등급인 P등급 고객은 최고 7억원까지 신용융자 및 주식(펀드)담보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5억원까지만 가능하다. 또 V등급은 5억원에서 3억원으로, R/S/A/F 등급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절반으로 낮췄다. 신용융자 및 주식(펀드)담보대출 한도 축소는 신규 고객은 물론 기존 고객들까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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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