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만에 부딪힌 두 귀재, 신중론과 희망론의 승자는?
[뉴스핌=홍승훈 기자] 4년만에 투자 거장들이 맞부딪혔다. 한국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미국의 워렌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박현주 회장이 최근 글로벌증시 폭락상황에 대해 정반대되는 시장전망을 내놓으면서다.
지난 2007년 급등하던 중국증시를 두고 '버블 우려'를 경고했던 워렌버핏에 직격탄을 날리며 '여전히 살 때'라고 주장하다 이후 중국증시가 크게 주저앉으며 시장 신뢰를 크게 잃었던 박현주 회장. 과연 그가 이번에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최근 워렌버핏 회장은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발 재정위기 속에서 도래한 폭락장에 대해 "주식을 사는데 이보다 더 좋을 때는 없다"며 최근의 폭락에 대해 겁을 먹지 말 것을 당부했다.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버핏 회장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값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우리는 더 사고 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주식매입의 기회는 없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한 신용평가사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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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핏 버크셔 해셔웨이 회장(왼쪽)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워렌버핏이 언론을 통해 '증시바닥론'을 강조한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은 이 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전면에 나선다. 한때 한국의 '워렌버핏'으로 불리던 그였던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그는 최근 폭락장에 대해 '베어마켓(약세장) 시작'이라며 워렌버핏의 주장을 뒤엎었다.
물론 평소 공격적인 투자 스타일로 널리 알려진 미래에셋의 행보와도 궤를 달리해 시장 플레이어와 투자자들로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
박 회장의 이같은 주장의 논리는 뭘까. 그는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유럽문제,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인플레 이슈는 단기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특히 2009년 이후 60조원 이상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이 최근 열흘간 4조원 넘게 팔아치운 것도 언제 멈출 지 모르는 불안한 점"이라고 위기감을 강조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서초동 사옥 출근 이슈에 대해서도 "이 소식을 접하고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나라 제조업과 경제가 그만큼 위기라는 신호다. 최근 직원들에게도 분산투자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면서 안정된 수익률에 초점을 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일까. 박 회장의 언론 인터뷰가 나온 당일, 공교롭게도 미래에셋증권 창구를 통해 상당량의 주식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LG, 엔씨소프트, 삼성전기, 두산인프라코어, LG유플러스 등 시총상위주 대부분 종목의 매도 1위창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조사됐다.
8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90만원 육박하던 주가가 70만원까지 내려간 삼성전자 역시 외국인이 오랜만에 강한 매수세를 보였지만 미래에셋증권은 매도상위 창구 2위로 기록될 정도로 주식을 쏟아냈다. 삼성전자는 결국 9거래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운용업계 한 CEO는 "당국이 공매도를 제한하고 정부와 업계 사장단이 모여 증시안정 기금까지 거론하는 등 증시안정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상황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가장 큰 미래에셋의 돌발 행위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투자자문사 한 CEO도 "얼마전 펀드런의 주범으로 자문형랩을 거론하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발언을 해 시장질서를 무너뜨린 박현주 회장이 또 다시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보였다"며 "과거 중국 버블론이 있을때도 끝까지 이를 부인하며 독불장군같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도 과연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궁금하다"는 냉소를 보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4년전에도 있었다. 워렌버핏 회장은 중국증시가 급등하던 2007년 10월말경 한국을 찾아 중국증시가 급등해 조만간 버블 붕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바로 며칠뒤 박현주 회장은 직접적으로 워렌버핏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워렌버핏의 의견에 정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으며 그를 강하게 질타했다. 계획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다.
당시는 미래에셋이 인사이트펀드 등 한국내 주식형펀드의 40% 가까이를 독식하던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할 때였고, 개인과 기관투자자 어느 누구도 소위 '미래에셋 따라하기'를 하던 시기였던 만큼 시장 관심은 집중됐다.
박 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의 전문가들은 아시아는 위험하고 선진국은 안정적이란 도식을 갖고 있어 중국증시가 활황임에도 '위험하다, '버블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과적으로 투자수익을 얻지 못했다"며 워렌버핏 등의 선진국 투자고수의 주장을 구형차인 '포드'에, 자신의 투자전략은 신형차인 '렉서스'에 비유하며 중국 예찬론을 이어갔다.
당시 중국시장이 고평가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H주식은 PER이 25배인데 인도와 나스닥은 각각 25배, 30배다. 중국기업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실적도 30~50% 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당시 박 회장의 이같은 파격 발언은 시장내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이후 중국증시는 워렌버핏의 경고대로 추가 폭락했고, 미래에셋 역시 야심차게 추진하던 대표 펀드 '인사이트펀드'는 대거 손실을 냈다. 4조원대 규모의 펀드는 순식간에 1조원대로 쪼그라드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다시 촉발된 워렌버핏과 박현주의 엇갈린 견해. 이번엔 누가 웃을까. 이미 1패의 전적을 안고 있는 박 회장으로선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더한층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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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