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이 또 다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맹추격 하겠다는 속내다.
앞서 국내운용사 최초로 캐나다 선두 ETF회사인 호라이즌 베타프로(BetaPro)를 인수하며 글로벌 ETF 시장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바 있는 박 회장이 국내 시장에선 수수료 인하와 다양한 ETF상품 개발로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래에셋, "상품 저변 확대해 ETF시장 선도할 것"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26일 'TIGER KRX100 ETF' 총보수를 연 0.46%에서 0.22%로 0.24%p 만큼 인하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가장 저렴하게 KRX100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이같은 결정은 보수인하를 감내하고도 상품의 저변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박 회장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보수 인하에 따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손실은 그리 크지 않다.
현재 이 펀드는 순 자산 약 165억원 규모의 상품으로 연간 순자산 규모가 변동 없다고 가정했을 때 총보수 연 0.46%과 연 0.22%에 해당하는 금액은 각각 7590만원과 3630만원으로 계산된다. 연간 약 3960만원의 총보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그 가운데 운용보수의 경우 연 0.30%과 0.13%를 비교하면 각각 4950만원과 2145만원으로 약 2805만원 만큼의 운용보수가 줄어들게 된다.
결국 전체 자산규모로 비교했을 때 줄어드는 보수의 정도는 매우 적은 규모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투자 활성화와 고객의 수수료 절감효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이같은 '똑똑한 전략'은 올 들어 지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과 5월에도 'TIGER200 ETF'와 'TIGER 그룹주 ETF'의 총보수를 인하한 바 있다.
현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상장한 35개의 ETF펀드중 7개가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자랑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측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는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라며 "미국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 들도 저마다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고객 수수료 절감이란 글로벌 기조를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상품의 저변을 확대해 대중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며 "특히나 KRX100과 같은 대표 지수를 따르는 상품은 더 많은 투자자들이 더 좋은 가격에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같은 결정을 하게됐다"고 덧붙였다.
◆운용업계, "수수료는 제 살 깎아먹기...지금도 충분히 낮아"
이같은 미래에셋그룹의 행보에 자산운용업계는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TF시장 선점을 위한 미래의 맹공이 미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A 운용사 관계자는 "큰 꽃이 피기 전에 꽃봉오리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질 수 있다"며 "운용업계의 제 살 깎아먹기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내 ETF시장 규모는 약 8조 5000억원 수준.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 갯수 역시 100개를 넘어서며 지난해 대비 40%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최근들어 ETF시장이 살아나고 있는데 시장 활성화 초반부터 수수료 경쟁에 들어가면 장기적으로 업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삼성자산운용이다.
펀드평가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ETF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순자산 규모는 약 4배 차이. 하지만 상장된 ETF 수는 미래에셋맵스운용이 앞서가며 맹추격 하고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자산운용 측은 "현재 우리의 수수료는 투자자 우선의 상품개발과 인력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며 "미래에셋의 수수료 인하 방침을 따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조금 더 수수료를 받아 ETF의 양과 질적 성장으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 삼성자산운용 측의 입장이다.
특히 이번에 출시하는 ETF의 경우 인력과 투자비용을 통해 업계 최초로 내놓은 태양광 관련 상품인만큼 앞으로도 이처럼 새롭고 유망한 상품 개발 투자에 주력하겠다는 속내다.
앞으로 미래에셋의 ETF시장 공격이 과연 삼성이란 이름을 넘어설 수 있을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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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