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이강규 특파원] 독일과 함께 유로존의 양 축을 이루는 프랑스가 이번 주 채무위기 소문에 힙싸였다.
프랑스가 트리플 A 신용등급을 상실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확산되자 휴가중이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0일 파리로 급히 돌아와 경제부처 장관들에게 내핍안 마련을 지시했다.
곧이어 프랑스 은행주에 대한 공황투매(panic selling)가 촉발되고 프랑스경제가 성장을 멈췄다는 소식이 합세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유로존내 2위의 경제국인 프랑스가 휴가철에 소문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으로 흔들리는 모습은 유럽 단일 통화권에 관한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했다.
16일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갖는 사르코지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에 이어 유로존 구제기금 출연금 2위국인 프랑스가 신용등급 강등에 직면하게 되면 재정적으로 취약한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지원체계는 허물어진다.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주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작업을 벌이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으나 시장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까지 자신을 유로존의 구조를 지휘하는 활기 넘치는 원로정치인으로 부각시키온 사르코지는 갑자기 '집안 위기'를 관리해야 할 입장에 처했다.
이번 주의 시장요동으로 프랑스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10일 하루동안 100억 유로가 날아갔다.
1분기에 0.9% 건강한 성장률을 보였던 프랑스 경제가 2분기에 전혀 성장을 이루지 못한 채 제자리에 멈춰선 것으로 나타나자 올해 재정적자를 GDP의 5.7% 축소한다는 정부의 목표도 달성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가구당 소비가 10년래 최대폭으로 감소, 경기하강과 증세를 예상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 사실이다.
모간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아 비지마나는 "성장이 둔회되면 재정위기에 처한 주변국들을 도와야할 유로존 중심국의 공공재정상태가 의심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1차 대통령 선거를 불과 8개월 앞두고 사르코지는 세수증대를 위해 세금감면혜택을 축소하거나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힘든 선택을 내려야 할 입장에 놓였다.
이들 가운데 어떤 방식을 택하건 빈혈증세를 보이는 경제성장은 추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도 우파인 사르코지는 독일처럼 재정적자 축소에 관한 재정적 규정을 헌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선 야당인 사회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당 지도자들은 사르코지가 부유층에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해 적자규모를 늘렸다며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사회당 대통령 예비 후보들 가운데 선두주자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뉴욕에서 성폭행혐의로 체포되면서 경선에서 떨어져 나갔지만 사르코지는 지지도 면에서 사회당 잠룡인 Francois Hollande와 Martine Aubry에 뒤진 상태다.
프랑스 당국자들은 아직도 이번주 발생한 사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공격에는 합리적인 이유와 비합리적인 이유가 뒤섞여 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시장은 다음 차례가 누구인가에 시선을 돌렸고 AAA 등급을 지닌 유로존내 6개 국가들 가운데 채무와 적자 비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를 지목했다.
이와 관련, 프랑소와 미테랑 전 대통령의 경제수석보좌관을 역임한 이코노미스트 자크 아탈리는 "S&P가 프랑스를 2015년에 미국과 적자비중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는 유일한 트리플 A 등급 국가로 구체적으로 적시했다"고 밝혔다.
아탈리는 르 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명백히 추려진 표적이었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2013년까지 GDP의 85%선 아래로 부채를 끌어내려야 하고 2020년까지 70%선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왑(CDS)는 이번주 중 새로운 고점을 찍었으나 금요일 프랑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3%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재정붕괴(meltdown)의 신호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프랑스는 아킬레스건을 지니고 있다. 유로존 은행 스트레스에서 프랑스의 은행들은 그리스아 이탈리아 등의 부채에 노출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마의 차입경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ECB가 유통시장에서 이탈리아의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광경과 그리스 부채가 2024년으로 만기가 연장된 채권과 차환된다는 소식은 증권가의 루머와 결합해 프랑스 은행들을 강타했다.
10일 소시에테 제네랄레는 23%까지 폭락한 뒤 15% 빠진 채 마감했고 BNP 파리바와 크레디트 아그리콜도 큰 폭으로 추락했다.
당시 소시에테 제네랄레의 한 중역은 시장의 긴장고조가 2008년에 발생한 신용경색과 유사한 상황을 초래해 은행의 상호대출이 중단되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당국은 소문에 휘둘리는 집단행동을 차단하기 위해 11일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12일 공매도 금지조치가 효력을 발생하면서 은행주는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대형은행의 선임 리스크 매너저는 프랑스와 유럽 은행들이 폭락한 이유는 숏셀러들이 국채 대신 은행주를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권국가 채권에 대한 CDS를 거래하기 힘들기 때문에 숏셀러들이 그 대안으로 은행주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일부 트러이더들과 정부 관리들도 헤지펀드들이 등급강등을 예상해 프랑스 국채에 숏포지션을 취했으나 이같은 예상이 빗나가자 은행들을 상대로 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한 펀드 매니저는 10일 확실한 '프랑스 때리기' 장세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한 은행이 프랑스 투자사의 주식을 매각해야 할 6가지 이유를 시장에 전파했다며 그 여섯가지 이유는 한마디로 "프랑스 업체이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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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