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법체계내 은행은 '제3자',,결국 특정 증권사들이 주체
[뉴스핌NewsPim] 바야흐로 헤지펀드의 시대. 금융당국이 연내 '한국형 헤지펀드 1호' 도입을 외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업계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헤지펀드 도입이 단순한 상품 출시 차원을 넘어 헤지펀드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증권·운용·자문업계의 좋은 플레이어들이 탄생하기에는 아직도 정부의 규제 장벽이 만만치 않다. 이에 성공적인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 여전히 2% 부족한 당국에 들려주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뉴스핌=노희준 기자] 증권사의 프라임브로커 출현이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가시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헤지펀드 시장에서 프라임브로커리지 관련해 시중 은행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 법체계상 은행들이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를 할 수도 없고, 시스템 준비 미비 나아가 보수적 금융기관 속성상 투자충동(전문투자자 역할등)도 희박하다는 점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은행의 역할은 상당기간 상품판매창구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란 주문 결제와 청산, 거래, 유가증권 대여, 자금 대출, 펀드 관리 등 헤지펀드와 관련한 제반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중개업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이익의 20%가 프라임브로커리지를 통해 나온다는 점에서 투자은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프라임브로커가 제대로 시장에 정착되는 게 중요하다.
이에 업계에선 헤지펀드 시장에서의 은행 역할론을 두고 갑론을박 논의중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는 5억원 이상의 개인투자자에게 헤지펀드 상품을 소개해주는 판매창구 역할이다. 헤지펀드는 사모형태로 발행되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를 증권사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에서 적극적인 헤지펀드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는 것.
현재 법체계 아래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 가운데 브로커와 관련된 일을 제외하면, 시중은행도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 업무 등이 가능하다. 즉, 일반적인 대출업무 관점에서 헤지펀드나, 증권사 혹은 프라임브로커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다. 헤지펀드 초기 시장에서 인력확충과 인프라 구축 등으로 증권사가 자금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출이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그렇지만 담보대출에 익숙한 은행권이 헤지상품관련 대출영업을 한다는 게 쉽게 상상이 안간다고 시장에서는 말한다.
아울러 헤지펀드 시장이 확장되고 무르익었을 때 초기 주식에 대한 롱숏 전략을 벗어나 채권에 대한 헤지펀드 전략이 등장할 경우 은행이 헤지펀드에 채권 대여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최우영 하나은행 부장은 “헤지펀드가 국채에 대해 숏(매도)을 칠 수 있도록 들고있는 국채를 빌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레 향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중은행이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는 현재 금융관련 법적 체계와 증권업과 은행의 성격상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은행이 증권사에 비해 보수적인 데다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과 은행의 일반적인 담보대출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 김지한 이사는 “기본적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은 헤지펀드 운용 매니저의 레코드나, 명성, 운용전략 등을 따져 이뤄진다”며 “(부동산)담보 등을 기본으로 대출을 해주던 은행이 이런 신용을 보고 헤지펀드에 대해 쉽사리 대출을 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도 “은행은 자기자본 직접투자(Principal Investment)를 할 때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며 “바젤 III협약에 따라 손실을 대비해 자기자본의 비율을 높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은행이 프라임브로커리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현재 법체계에서 은행이 한국판 헤지펀드 판에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프라임브로커리지는 말 그대로 증권사의 업무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전부가 상업은행으로 주식을 중계할 수가 없다.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이 결합한 형태인 유럽식의 유니버셜 뱅크(univeral bank)에서는 은행업무와 증권업무가 동시에 가능하지만, 현재 국내 은행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구별돼 있는 상태로, 투자은행 기능은 사실상 증권사가 담당하고 있다.
결국 현재 은행법, 보험법, 자본시장법 등으로 구별돼 있는 금융 관련 전체 법체계가 통합, 변경되지 않는다면 은행은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법체계에 대한 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 맞춰 사실상 자치를 감췄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에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를 허용하는 것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은행이 프라임브로커리지에 대해 ‘딴 동네 얘기’라고 보는 이유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은행에 프라임브로커리지 라이센스를 주려면 금융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최우형 하나은행 자금운용본부 부장이 “은행권은 프라임브로커리지와 관련해 아무 움직임이 없다”고 밝히는 이유다.
더욱이 증권업계에선 은행이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을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잠재적인 경쟁자가 더 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금융지주사가 대부분 계열사로 증권사를 갖고 있는 것도 은행들이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연내 한국혀 헤지펀드 시장의 출현속에 대형 IB들의 경쟁이 시작되지만 금융권 맏형격인 은행권은 사실상 제 3자로서 이 시장과 큰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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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