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홍준표 대표등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의 오찬모임에서 “(법무장관에) 스타일리스트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임기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스타일리스트 불가론’이 전해지자 세간에서는 스타일리스트로 이날 퇴임식을 가진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떠 올리곤 한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중인 시기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낸 김 전 총장의 처신을 자신과 특정조직의 이미지 관리를 위한 행위로 청와대측이 해석한 것 아니냐는 추측에서다.
지난해 5월, 당시 홍준표 의원과 김준규 검찰총장은 ‘헤어 스타일’논쟁으로 뉴스 한토막을 차지한 적이 있다. 김 총장의 곱슬머리가 단초였다. 스폰서 검사 파문논란속에 검찰 개혁 문제가 현안으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홍 의원이 “(검찰간부가) 파마나 하고 대접만 받으려 한다” 라고 날을 세우자 김 총장은 “내 곱슬머리를 놓고 별별 얘기를 다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인식하는 대로 사실을 받아들인다”며 ‘헤어 스타일’논쟁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논쟁의 중심은 검찰개혁 현안이었는데 ‘자연산’ 곱슬머리인 김 총장의 ‘헤어 스타일’이 양념거리로 불거져 나오자 웃은 기억이 떠오른다.
이 대통령의 ‘스타일리스트 불가론‘의 예시인물이 김준규 전 총장인 지, 아닌 지는 대통령만이 알겠지만 지금의 원(one)포인트 개각정국에서 ’스타일리스트‘라는 별칭이 썩 명예롭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각종 맵시나 일정한 방식, 혹은 개인의 고유성등을 ’스타일‘ 범주에 넣을때 김 전 총장이상으로 이 대통령이나 홍 대표의 스타일은 훨씬 강하고 독특하다.
두 사람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평가를 받았기에 지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 대통령의 ‘스타일리스트 불가론’은 주변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지의 일단이란 걸 인식한다.
그러나 지난해 ‘헤어 스타일’논쟁이 홍 의원과 김 총장의 검찰개혁 현안을 둘러싼 각각의 또 다른 주의,주장의 표현방식이듯이 이번 법무장관 인선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스타일리스트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 “내가 잘 알고, 로열티(충성도) 강한 인물을 뽑겠다”는 에두른 피력인 셈이다.
내년 총선, 대선등 활화산 터지는 듯할 향후 ‘메가(mega)선거정국’과 정권의 임기를 고려할 때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스타일리스트’보다는 ‘내 사람’을 중용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을 게다. 여당에서만 큰 반발이 없다면 ‘숫자의 정치’에서 특정인을 법무장관에 심는 게 썩 어려운 일은 아니다. “숫자를 믿고 밀어붙이는 힘의 정치는 대통령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발언은 귓등으로 넘기는 게 현 정권의 스타일(?)중 하나여서 더욱 그렇다.
이번 법무장관 인선과정에 대해 유독 관심을 갖는 것은 다름 아니다.
연내에 수십여개의 공공기관의 기관장들이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의 인사이슈가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를 달굴 게 분명하기때문이다. 행정각료의 내사람 심기도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실물경제를 다루는 공공기관에서의 비전문인 측근 기용은 심히 경계할 사안이다.
경제 양극화, 실업 가중, 물가 앙등, 노사 분쟁등 경제 골칫거리가 산적한 상황에서 행여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으로 경제난의 골이 더 패이지 않을까, 소외감이나 허탈감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얼추 손꼽아보면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주택보증 에너지관리공단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등 굵직굵직한 공공기관들 수장들이 임기를 마친다.
연임되는 수장도 있겠지만 현 정권의 활동기간을 감안할 때 상당수 기관이 새 의자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절차를 거치는 곳도 있고 어느 기관은 지명선임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강원랜드는 정부 생각대로 사장은 물론 전무까지 뽑아 야당의 반발을 사고있고, 한국전력공사에는 누가 새 사장으로 내정됐고 한국예탁결제원은 어느 인물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식의 하마평 혹은 예상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마평 오르내리는 이들의 공통 스타일은 '친MB'패셔니스타다.
측근인사가, 물론 그중에는 적격자도 있겠지만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혹은 만사형통( 萬事兄通)인사등으로 전이된다면 SOC(사회간접자본)관련 기관이나 금융기관등 나라경제 핵심 공공기관들이 이래저래 막대한 기회비용을 쏟아낼 우려가 있다는 걸 인사권자는 알아야 한다.
현 경제상황에서 특히 공공기관의 인사에서 비롯되는 파행은 안된다. 이 점에서 적지않은 경제인들이 법무장관 인선의 의미와 파장을 곱씹는 것이다. / 증권부장 명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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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명재곤 기자 (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