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부정적 시각
[뉴스핌=문형민 안보람 기자] "에비타(EBITDA) 내에서만 투자한다더니..."
STX그룹(회장 강덕수. 사진)의 급작스런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 참여 발표에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불과 1개월여전에 크레딧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크레딧 IR'에서 그룹 고위 관계자가 "투자는 가급적 에비타(EBITDA.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의 합) 내에서만 실행하겠다"며 보수적인 경영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인수 가격은 대략 3조~4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동국부펀드를 유치하더라도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돼야할 M&A전 참여에 대해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우려하고 있다.
7일 증권업계 복수의 크레딧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STX그룹은 지난 5월 중순 '크레딧 IR'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측은 민간발전소, 해외자원개발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추가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투자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사업 확장보다는 차입금 축소,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참석했던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에비타(EBITDA) 내에서만 투자한다던 약속을 두 달도 지나지않아 뒤집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STX의 현재 상황은 디레버리징이 필요한 시기"라고 못박았다.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들도 STX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투자규모가 재무여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점, 반도체 사업이 조선해양 사업 만큼이나 변동성이 크다는 점 등이 요점이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안그래도 자금이 부족한 그룹인데 3조~4조원이나 쏟아붓겠다고 하니 크레딧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며 "재무구조개선은 안하냐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뒤에 끼는거 같다"며 "아부다비는 원래 반도체쪽 투자를 많이하고 있고 하이닉스 SI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애널리스트는 "STX그룹 자체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며 우려했다.
STX그룹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국부펀드를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D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TX그룹이 사업다각화가 필요한 건 맞지만 반도체는 아니다"라며 "반도체업종은 변동성이 커 조선해양사업과 같이 하면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일단 진행상황을 좀더 지켜본 후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반응이다.
한 신평사 애널리스트는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최소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야 뭐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찔러보는 수준인지, 본심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신평사 연구원도 "어떤 자산을 매각하고, 어떤 SI를 모집할지 윤곽이 나와야 한다"며 "인수에 적극적인편이지만 실질적으로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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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안보람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