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주 청약 때마다 주관 증권사 자체 기준 들쭉날쭉
- 항공우주산업 공모주 기관청약 두고 우투증권에 불만 쇄도
[뉴스핌=홍승훈 기자] 기관투자자의 공모주 청약에 대한 물량 배정이 IPO(기업공개) 주관을 맡은 증권사 입맛에 따라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07년 이후 인수업무 개선방안에 따라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증권사의 자율 권한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이 권한을 남용, 공모주 청약에 대한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금융당국이나 금융투자협회 등이 개입할 여지도 없는 상황이어서 기관들의 청약 물량배정에 대한 불만과 공정성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턱없이 낮은 청약배정물량, 주관 증권사의 횡포?
최근 한 외국계 기관투자자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우리투자증권이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공모주 청약에서 너무도 터무니없는 물량을 배정받은 것. 51대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 속에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도 예상보다 적은 물량을 받긴 했지만 이 외국계 기관의 경우 그 규모가 턱없이 낮은데 불만을 토로했다.
예컨대 51대1이란 경쟁률을 고려할 때 100억원을 청약했다면 2억원어치의 물량을 받는게 상식이지만 이 기관은 불과 1000만원 가량의 물량을 배정받은 것. 환산하면 1000대1 경쟁률에서나 받게되는 물량 규모다.
공모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한국항공우주산업 기관 청약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국내 중소형 기관투자자들 또한 상당수다. 이들의 불만은 기대이하의 청약 물량배정 때문만이 아니다. 주관사의 물량배정 기준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또 매번 달라지는 기준 때문에 공모주 청약에 대한 전략을 세울 수도 없다.
이번 한국우주항공산업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또 다른 기관투자자는 "신청가격과 보호예수 확약에도 불구하고 청약경쟁률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물량을 배정받았다"며 "담당자들에게 로비라도 해야하나 고민중"이라고 답답해 했다.
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까. 이는 IPO 주관 증권사의 자체 기준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해 물량배정을 하는 관행에서 비롯됐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평소 거래관계, 법인영업부에 대한 기여도 등 내부 기준에 따라 가중치가 매겨지고 물량배정 비율이 달라진다"며 "예컨대 저축은행보단 롱 플레이를 하는 자산운용사에 물량을 더 배정하는 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답변했다.
대개 여타 기관투자자들도 이같은 논리에 대해선 수긍한다. IPO를 하는 해당기업의 입장과 상장이후 주가를 고려해야 하는 주관사로서 단기에 팔고 나갈 투자자보단 롱텀 투자를 하는 기관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판단이다.
증권사 IPO 담당자들도 기관들의 공모주 청약때 보통 운용사, 은행 증권 보험사, 저축은행, 외국계 등 4~5개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 물량비율을 달리하고 있다.
국내 대형증권사 한 IPO 담당자는 "장기보유를 유도하다보니 보호예수 등에 대한 확약을 하는 기관들에 가중치를 주기도 하고 먼저 신청한 기관들에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한다. 또 주관 증권사에 대한 평소 기여도 여부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해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다만 "주관사 업무를 한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닌 이상 어느정도 균형감은 갖추는 편"이라며 "50대1의 청약 경쟁률에서 1000대1의 경쟁률 수준의 물량을 배정받는 경우는 다소 이례적"이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더욱이 이 외국계기관은 직전 우리투자증권이 IPO 주관을 했던 티케이케미칼 공모주 청약때 기관청약 경쟁률이 16대1이었음에도 불구하고 5대1 경쟁률 수준의 물량을 배정받았다. 이에 공모주 청약때마다 들쭉날쭉 변하는 주관사의 입맛에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답답함을 전해왔다.
이 관계자는 "최근 대우증권이 주관한 코오롱플라스틱 당시에도 신청한 물량보다 적게 배정받았지만 그래도 당시 기관청약 경쟁률(127대1)에 준하는 수준이었다"며 "우리투자증권의 내부기준이 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 "주관사 청약물량 배정 기준, 투명화 해야"
여타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증권업계 종사자들도 IPO 주관 증권사의 청약물량 배정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중형급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인기가 많은 공모주일수록 대형 운용사나 기존에 주관 증권사 법인영업에 기여도가 있는 기관에 물량을 많이 배정하는 관행은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보호예수 확약 여부 등 청약물량 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미리' 공지한다면 이같은 불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형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출신 한 투자자문사 CEO는 "평소 관계가 돈독한 대형 기관이라도 배정비율을 너무 벌릴 경우 공정성 논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주관사의 자율에 맡겼더라도 각사별 원칙과 기준을 보다 투명화 할 필요는 있다"고지적했다.
결국 증권사에 주어진 인수업무 자율권한이 회사측 입맛에 맞게 이어지며 투자자 불만이 계속될 경우 감독당국과 협회 등이 나서야 한다는 강경발언도 나왔다.
국내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공정사회라는 사회적 화두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모가 거품 논란이 본격화된 요즘, 수요예측 과정과 청약물량 배정 등에 대해 당국이나 협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회사 기여도에 따라 물량배정 비율이 달라지는 현 관행은 차별배정 금지조항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부 이창화팀장은 이에 대해 "청약물량 배정에 대해 주관사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글로벌 추세와도 어긋나지 않아 문제가 될 건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기관들 불만이 커지면서 회사가 합리적인 규정을 마련해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는 있다. 감독당국도 이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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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