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 골드만삭스가 이번 주 달러화 전망을 하향 조정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보고서 발표 직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자체 보고서와 정반대 주장을 했다.
비록 자산운용 회장의 전망이 보고서 발표 하루 전에 나온 것이지만, 같은 투자은행의 입장이 하룻 만에 이렇게 다르게 나온 것은 의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상품 및 외환시장의 '큰 손'인 골드만삭스가 지난 4월 국제상품 가격 폭락 직전에 조정 전망을 제기한 것처럼 이번에도 자기실현적 예언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달러 약세 전망을 제출한 뒤 유로/달러가 1.41달러 선에서 1.43달러 선으로 급격히 올라가자 '골드만의 숏플레이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다.
지난 19일 제출된 골드만삭스의 환율 전망 보고서는 유로/달러 3개월 전망치를 기존의 1.40달러에서 1.45달러로 높여잡았다.
또한 6개월~12개월 기간 전망으로는 각각 1.50달러 및 1.55달러의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모두 기존 전망치보다 0.5달러 씩 높여잡는다고 밝혔다.
게다가 달러/엔의 경우 3개월 전망치가 84엔에서 82엔으로, 12개월 전망으로는 90엔에서 86엔으로 각각 제시됐다.
이 같은 달러화 약세 전망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미국의 재정정책이 갈수록 타이트해지면서 달러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좀 더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갈수록 확대되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과 이에 따른 대외조달 압력이라는 경제적 불균형도 언급했다.
미국은 실업률도 높은 상황인데 재정은 긴축 쪽으로 움직여야하고 부동산시장도 계속 약세를 지속하는 데다 성장전망도 다른 지역에 비해 강력하지 않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지적했다.
유럽 채무 위기에 대해서는 이미 우려가 시장에 대부분 반영되어 있다면서, 그리스 우려가 다른 나라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잠식할 위험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연준의 통화정책이 2013년까지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다른 주요국에 비해 좀 더 오래 완화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달러화 약세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호주달러화 환율의 경우 3개월, 6개월 그리고 12개월 전망으로 각각 1.05달러, 1.06달러 그리고 1.06달러로 기존 전망(1.00달러, 1.02달러 및 1.02달러)에 비해 상향조정했고, 파운드 환율은 각각 1.61달러, 1.67달러 및 1.85달러로 역시 기존의 1.67달러, 1.73달러 및 1.79달러에 비해 조정했다.
그런데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앞서 18일 다우존스 통신과의 대담에서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볼 때 미국 주가와 달러화 가치는 부양될 수 있다"면서 유로/달러는 1.40달러 아래로, 달러/엔은 90엔 선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골드만삭스의 환율전망 보고서가 제출되기 직전이다.
오닐 회장은 미국 경제가 최근 '소프트패치' 양상을 보인 것은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사태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라면서, 하반기 성장률이 3% 미만에 머물 것이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담에서 오닐 회장은 중국 증시가 약 10%~15% 가량 랠리를 보일 것이며,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로 본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부근에서 80달러 선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의구심을 버리고 보더라도 골드만삭스의 유가 등 국제상품 가격 조정 전망과 달러화 약세 전망은 사실상 직접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에 흥미를 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제 상품가격도 약세를 지속한다면 그 동안 상관관계를 집적 목도해 온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새로운 현실이 생산되는 것인데, 이럴 경우 미국 경제나 당국자들에게는 좋은 일이 된다. 골드만삭스도 돈을 크게 벌 수 있다.
이 가운데 유로/달러가 1.55달러까지 급등하여 사상 최고치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은 외환시장 전문가들 대부분이 수용하기 힘들어 할 정도의 수준이란 지적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목요일 유로/달러가 갑자기 튀어오른 것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달러 숏포지션이 많이 나온 것이 분명히 한 역할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시장의 빅플레이어로서, 금융당국자들도 많이 배출하는 등 교감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금융시장 전망 수정이나 자기예언 실현적인 발빠른 행보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국제부장 김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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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