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안나 기자]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최근 이 보유액을 국제 상품에 대해 분산 투자할 것을 고려 중인 가운데, 과연 이렇게 작은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적절하겠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전분기 대비 1970억 달러 늘어난 3조 500억 달러로 집계되며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는 그간 미 국채에 집중 투자되어 왔으나, 최근 정부가 투자처다각화를 위해 에너지와 귀금속 투자 펀드의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이나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이 시장에 분산투자하겠다는 생각이 크게 틀린 선택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믿을만한 가치저장 수단으로 간주되어온 금은 그렇다 쳐도, 원유는 재난이나 전쟁에 대비한 전략적 자원이었을 뿐, 외환보유고 투자처로서의 매력은 거의 없었다. 채굴되어 보관된 원유 한 탱크의 가치는 20년 후에는 거의 없어져버리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워낙 큰 규모라 10%만 투자 다변화한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수 밖에 없고,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될 위험이 있다.
중국 외환보유액의 10%면 약 3000억 달러에 해당하는데, 이는 연간 글로벌 채굴액의 두 배가 넘는 2억 온스(6,400톤)의 금을 매입하거나 전 세계 인구의 한달 사용량인 26억 8000만배럴의 원유를 살 수 있는 규모이다.
인플레이션이 사회안정의 실질적 위협요소로 대두된 만큼,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유보다는 금 투자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금위원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금 보유량은 약 1,054톤으로 전체 외환보유고의 1.6%에도 못 미친다. 미국의 경우 외환보유고의 75%에 해당하는 8,100톤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외환보유고 대비 금 보유 비율이 미미한 수준이라 금 시장에 미칠 중국의 입김이 무척 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작년 2월 러시아의 한 웹사이트에 중국이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200톤의 금을 매입할 것이라는 기사가 게재된 이후 금 시세는 크게 뛰었다.
이후 기사는 근거 없는 내용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중국의 금 보유량 확대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유가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음이 재확인된 셈이다.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의 경제학 교수인 루펑은 "외환보유고의 투자다변화는 확실히 고려해볼 가치가 있지만, 지난 수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투자 성공으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외환보유고가 워낙 방대한 규모이기 때문에 중국이 투자 관심을 보인 상품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아무리 성공적인 투자라고 할지라도 안 한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런민은행이 외환보유고 투자다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에너지와 귀금속 외의 영역으로 투자 타깃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의 이강 국장도 "원유, 금, 철광석 심지어 기업과 토지에 투자하라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투자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라며 "상품에 대한 지나친 투자가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최근 국영기업인 민메탈이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의 지분을 9% 인수하는 등, 중국은 자원기업 투자에도 열정을 보여왔다.
중국 리서치업체 안타이케의 애널리스트 스허칭은 "투자대상과 관련해 특정 자원이냐 자원기업이냐가 문제인데, 만일 정부가 특정 자원을 매입한다면 (그 자원의) 가격 급등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면서 "차라리 자원기업에 대한 투자가 더 합리적일 것이며 굳이 대주주 지분을 보유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다.
다만 국영 및 민간기업 그리고 국부펀드 모두 상품가격 상승에 대한 헤지수단과 안정적 공급 확보를 갈망하고 있는 상황이라 자산 인수를 둘러싼 이들 사이의 경쟁이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둥 타오 크레디트스위스의 이코노미스트는 "투자구조 관점에서 30년~50년 안에 에너지 및 귀금속 전문 투자펀드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이 3조 달러의 풍부한 자금을 가능한 모든 자산에 각각 2000억~3000억 달러씩 투자해야 하며, 어디에 투자하든 미 국채 매입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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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장안나 기자 (jaan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