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유통업계 악영향, 정부 움직임도 관건
[뉴스핌=배군득 기자] “라면이나 음료수는 눈가리고 맛으로 비교하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TV를 비교한다는 건 시각적으로 쉽지가 않다. 더구나 기술적 차이라면 일반인이 어느 정도 공감하겠는가.”
디지털방송 전문업체 한 CEO는 최근 가열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3D TV 공방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교 자체가 어렵다며 이 같은 견해를 내비쳤다.
양사가 패널이나 디자인보다 어떻게 3D를 구현하는지에 중점을 둔만큼 생각보다 복잡한 함수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불거진 3D TV 공방은 1분기가 지나는 시점에도 조용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종 비방전과 심리전이 난무하면서 유통시장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협력사와 용산 전자상가 등 대형 가전 매장에서도 장기화에 대한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3D TV에 대한 시장이 초기 단계인 시점에서 주도권 싸움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TV 시장의 경우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전단지나 언론을 통해 기술 비교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양사의 이러한 주도권 다툼이 일선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양사 수장까지 나서며 기술적 우위를 내세우는 등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은 산업 전반에 걸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10일 열린 3D TV 시연회에서 “3D TV 표준에 대한 논란을 끝내기 위해 삼성전자에 공개 비교시연회를 제안한다”고 언급했다.
권 사장은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양사 제품 간 비교시연을 추진했지만 삼성측은 하루 전 시연을 거부했다”며 “삼성 측이 요구한 전문가 집단 비교시연은 구체적인 제안이 오면 즉각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날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면 비교시연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냐”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각사 제품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만큼 공정한 평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양사 입장이 분명하고 시장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정부가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등 정부가 이번 기술 공방이 장기화로 치달을 경우 중재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양사 기술 공방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굴지 대기업간 소모전인 만큼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나서면 비교시연이 됐던 전문가 평가단을 거치던 양사 입회하에 이뤄지지 않겠냐”며 “향후 이 같은 전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도 대기업간 소모전을 벌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