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협 기자] 포전인옥(抛塼引玉)라는 말이 있다. 옥이라는 큰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의미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다는데서 비롯된 고사성어다.
지난달 워크아웃을 신청한 효성그룹 계열사 진흥기업과 LIG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금융부담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에 나선 LIG건설에게 걸맞는 표현이다.
지난 21일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47위 LIG건설(사장 강희용)이 1조원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장기간 자금난에 시달리다 법정관리를 결정한 월드건설에 반해 외형적으로는 비교적 탄탄한 사업기반을 구축해왔던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대해 업계와 시장은 삽시간에 술렁이고 있다.
잇따라 추락하는 중견건설사들의 악재로 건설업계는 충격에 휩싸였고 LIG그룹을 배경으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던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개장시작에 맞춰 주식시장마저 요동쳤다.
LIG그룹이라는 탄탄한 모기업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부채에 몸살을 앓고 있던 LIG건설이 법정관리라는 극약처방을 한데는 1조원대에 달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 부담이 누적된데다 서울 수도권 지역 곳곳에서 공격적으로 펼쳤던 주택사업 부실이 파행을 부채질 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LIG건설의 추락을 부추킨데는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공격경영에서 비롯된 문어발식 사업영역에 따른 결과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 LIG건설의 수주잔고는 2조7000억원대를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시평순위 20위권 이내 대형사들로 쉽게 소화하기 힘든 사업물량이다. 하지만 LIG건설은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손이 뻗치는 대로 마구잡이식 사업을 수주했고 결과는 마치 병아리가 공룡 밥그릇을 욕심내는 형국으로 전락했다.
지난 2007년 구자원 LIG손해보험 회장의 차남으로 실질적인 LIG건설 사령탑을 움켜쥔 구본엽 부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과거 LIG건설 모체인 건영이 일궈냈던 주택전문기업으로써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구 부사장의 역설에도 불구하고 LIG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4211억3100만원, 영업손실 341억250만원, 손순실 334억5400만원이라는 초라한 성적과 함께 연 200억원에 달하는 금융이자에 시달렸다.
법정관리에 나선 LIG건설은 지난달 1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했다. 여기에 법정관리 신청 이후 조만간 2차 인력 구조조정 역시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업계는 다시한번 대량 실직사태까지 빚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IG건설 모기업인 LIG그룹이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법정관리를 선택한데는 현재의 불안한 주택시장 상황과 막대한 금융부담, 무엇보다 LIG건설의 경영능력의 한계점을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주졸포차(丢卒保車)라는 말이 있다. 앞서 언급한 포전인옥과 유사한 말로 졸을 버리고 차를 보호한다는 의미다.
이는 모기업의 출혈을 감수한 채 회생 가능성 없는 계열사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것 보다 차라리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겠다는 LIG그룹의 답답한 작금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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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송협 기자 (back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