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이번 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대지진의 충격파로 인해 일본 엔화는 취약한 특징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지진 사태 직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해외자금의 '본국 송환(repatriation)' 요인에 따라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반사적인 엔화 강세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제출되고 있다.
주말 '가트먼 레터'의 편집자인 데니스 가트먼은 달러/엔이 '본국송환' 요인에 따라 75엔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 1995년 일본의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해외자금의 '본국송환'으로 인해 엔화는 일시적인 강세를 보였는데,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이 지금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진 후 일본 원자력발전소의 붕괴로 인한 피해 사태가 우려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머니매니저들은 일본 엔화 자산을 매입하기를 꺼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불안 상황에서 전통적인 안전도피처를 제공했던 엔화의 매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일본 기업들이 지난 1995년의 경험처럼 막대한 현금을 해외에서 송환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일본 중앙은행은 엔화 강세가 전개될 경우 수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런던의 한 헤지펀드를 인용 "원전 사고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월요일 시장이 열리면 일본 자산을 매수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엔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부 일본 기업들이나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이나 재건비용 등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자금을 송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달러/엔 환율 하락을 이끌면서 엔화의 전반적인 가치를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 같다.
지난 주말 뉴욕시장에서 달러/엔은 일시 81.65엔을 기록하는 등 한 주간 0.7% 하락했다. 당시 일부 외환분석가들은 이번 주초에 81.00엔 선을 시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엔화 강세 요인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뉴욕 멜론의 외환분석가인 사이먼 데릭은 일본 정부가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대량이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조달할 것이며, 이는 일본 국채 및 엔화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달하는 일본 재정적자를 감안할 때, 이번 대지진 사태는 일본 국채시장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해외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내기관들은 계속 미국 재무증권 보유자산을 매도해 자국 국채를 매수할 것이라는 점에서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미즈호기업은행의 미국지사에서 부채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아라이 마모루 차장은 "보험사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의 자금 수요에도 불구하고, 이미 해외통화에 대한 숏 포지션이 구축된 이상 추가적으로 엔화 대비 매도할 필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초 일본은행(BOJ)의 정책화의에서는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풍분한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한 안정화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BOJ 완화정책이 정상화되는 시점은 더욱 늦추어질 것이란 점에서 엔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유로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로 1.3800달러 선으로 랠리를 구가했지만, 포르투갈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것이란 루머가 나도는 등 우려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일련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로화가 후퇴하면 저점 매수에 나서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
다만 주말 유로존 정상 회동과 이어 24~25일 예정된 27개국 유럽연합(EU) 정상들의 회동에서 채무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제대로 도출되지 않는 이상 시장의 반응이 오랫동안 긍정적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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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